(1편에 이어)
치매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인 영향을 끼쳐 삶의 질에 크게 관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매를 위한 마땅한 치료법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FDA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치매 치료제로 허가된 약물은 대부분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를 대상으로하며, 2002년이 이후 FDA 승인을 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임상 실패율이 무려 99.6%에 달하는 Forest Pharmaceutical의 Namenda(나멘다)다. 나멘다는 기억, 인지, 기능 수행 능력 등을 향상시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유도하는 약물이다. 현재 치매 치료제로 시장에 나와있는 의약품들도 나멘다와 같이 병의 동반 질병, 행동 및 심리적 증상 등 “증상”을 치료할 뿐이다. 근본적 치료제가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알츠하이머 외 치매 관련 질병들의 정확한 발병기전이 밝혀지지 않았고, 매우 복잡한 발병기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는 왜 생길까?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기전에는 크게 아밀로이드(amyloid) 가설과 타우(tau) 가설이라는 두 가지 가설이 있다. 아밀로이드베타(Amyloid-β)의 과도한 침착이나 타우(tau) 단백질의 과인산화에 의한 신경섬유의 다발성 병변의 생성, 염증 반응, 산화적 손상 등에 의해 뇌세포가 손상되어 발병에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진 것이다. 타우(tau) 단백질은 뇌신경세포 내부에, 베타 아밀로이드(β-amyloid)는 뇌신경세포의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다만 가장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된 아밀로이드 가설은 타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받고있다. 최근 아밀로이드 베타 표적 약물들이 연속적으로 임상 실패 결과를 발표하고 있으며, 면역치료제 환자를 부검한 결과, 아밀로이드베타의 대뇌 침착의 현저한 감소에도 불구하고 치매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의 발병 기전과 관련, 알츠하이머의 치료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연구한 사례가 다수 발표되고 있다. 작년 6월 미국 테네시 주의 St. Jude Children's Hospital은 뇌의 독성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LANDO라는 기전을 발견했으며, 9월에는 서울대학교 연구진들이 미세아교세포(microglial cell)가 알츠하이머병에서 기능을 상실하는 원인을 규명하고 면역기능을 회복시켜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확인했다.
알츠하이머 치료를 위한 노력
작년에는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기전을 타게팅하는 첫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준 기업이 있었다. 바로 올해 2월 워렌 버핏이 투자한 '바이오젠(Biogen)'이다.
바이오젠은 2016년 의학전문지 네이쳐에서 아두카누맙 투여로 아밀로이드베타 감소를 볼 수 있었으며, 투여 받은 사람 가운데 알츠하이머 증상의 진행이 억제된 사례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아두카누맙은 아밀로이드베타 가설을 기반으로 한 약물로, 아밀로이드의 축척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치매를 치료한다. 하지만 2019년 3월 진행 예정이었던 아두카누맙의 임상 3상 시험은 주요 평가 항목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임상시험 자료 모니터링위원회의 평가로 중단되었다. 하지만 바이오젠은 작년 12월, 이전의 자료는 데이터셋이 작았고 아두카누맙의 투여량을 높인 결과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대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고 주장하며 임상 3상 시험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만약 성공한다면, 아두카누맙은 치매의 발병 기전을 공략하는 첫 치료제가 될 것이다.
바이오젠 외에, 국내 기업 '젬백스&카엘(GemVax & KAEL)'은 텔로머레이즈 hTERT의 활성 부위(active site)에서 유래한 치매 신약후보물질 GV1001에 대해 작년 5월 임상 2상 승인을 받고, 12월 CTAD에서 국내 임상 시험의 성공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텔로머라아제 유래 펩타이드인 GV1001의 다중기전으로 환자 치료; 다기능적인 효과를 바탕으로 면역항암제에서 전립선비대증,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또한, 알츠하이머 임상이 주로 초기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한 반면, 해당 치료제는 알츠하이머병의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특성상 실제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 중증 및 말기 알츠하이머 환자의 미충족 수요를 겨냥했다는 점이 눈여겨볼만하다.
이 외에도 Eli Lilly, AstraZeneca, Pfizer, Merck가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려 했으나 불충분한 결과로 2018년 실패하는 사례들이 발표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노인 치매 환자가 2020년에는 84만명, 2030년에는 127만 명, 2050년에는 271만 명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국제 알츠하이머 협회, 세계 치매 치료제 시장이 2015년 3조 5000억원에서 2024년 13조 5000억 원으로 4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근원적인 치매치료제가 나오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 치매 치료제 시장은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블루오션’으로 평가받고있다.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며, 치매 치료제에 대한 수요도 계속하여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