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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유전자 보유하면 알츠하이머병 걸릴 확률 95%? “위험 요소 아닌 ‘원인’일 뿐”
특정 유전자 보유하면 알츠하이머병 걸릴 확률 95%? “위험 요소 아닌 ‘원인’일 뿐”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4.05.08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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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8개 뇌와 1만 개 미국∙유럽 알츠하이머 데이터 사용∙∙∙알츠하이머병 증상∙초기 특징 조사
APOE4 동형접합체 보유, 55세 알츠하이머 관련 병적 이상 증세 보여
보통의 노인보다 7~10년 빠르게 시작 가능성도 있어
“알츠하이머병 원인 추적∙∙∙발병 원인 유전자에 있다” 의미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야∙∙∙구체적인 원인 밝혀야”

[바이오타임즈]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특정 유전자의 두 가지 사본 때문이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블룸버그(Bloomberg)>는 7일(현지 시각) ‘아포지단백 E4’(APOE4) 사본 두 개를 가진 사람에게서 노년기 알츠하이머병의 유전적 징후를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 개의 APOE4 유전자, 즉, APOE4 동형접합체를 보유하는 것은 위험 요인일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중에서도 알츠하이머병 증상은 보통의 노인보다 7~10년 빠르게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실렸으며 알츠하이머병 예방 및 치료 전략을 세울 때 참고가 될 전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알츠하이머병 환자 중 15%, APOE4 동형접합형 보유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이다. 65세 이후, 특히 70대 후반에서 80대에 가장 흔하게 발병한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5,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는 2050년 전 세계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1억 1,400만 명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알츠하이머병의 정확한 발병 기전과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 없지만, 의료계 및 의과학계는 뇌 속에 존재하는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ß)와 과인산화 타우(Hyperphospohrylated Tau) 단백질 등 이상 단백질이 뇌 속에 쌓여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APOE 유전자’는 체내의 지방 대사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막는다. 그 변이 중 하나인 ‘APOE4’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데 방해하는 물질로, 그동안 단순히 노화를 포함해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수많은 요인 중 하나로 여겨졌다. 두 개인 APOE4를 ‘동형접합형’이라고 하는데 한 개만 유전된 것보다 동형접합형 유전이 알츠하이머병 유전 위험이 더 크다는 게 의과학계의 관측이다. 

<네이처 메디슨>에 따르면 스페인 산 파우 연구소(Sant Pau Research Institute) 후안 포르테아(Juan Fortea) 박사 연구팀은 유전자의 역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기증된 3,298개의 뇌와 미국 및 유럽 알츠하이머 연구에 참여한 1만 명 이상의 데이터를 사용해 아밀로이드 등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증상과 초기 특징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알츠하이머병 환자 중 약 15%는 APOE4 동형접합형을 보유하고 있었다. 해당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은 한 개만 있는 사람이나 중성 APOE3 유전자를 가진 사람보다 55세에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병적 이상 증세를 보였다. 

65세까지 범위를 넓히면 APOE4 동형접합형 보유자 95% 이상이 척수액에서 ‘아밀로이드 베타’가 정상 범주를 넘기도 했다. 이후 인지 기능 저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APOE4 변이 유전자가 없는 사람보다 젊은 나이였다. 

포르테아 박사는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생물학적 특성이 젊은 유전형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며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을 추적할 수 있는 데다 발병 원인 역시 유전자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역할” VS “단정 지어서는 안 돼” 

의과학계는 이번 연구가 APOE4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포르테아 교수는 “이번 발견은 ‘심오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소수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라며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APOE4 동형접합체를 보유한 약 15%의 사람에게는 발병 원인 추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일한 치매 치료제 ‘레켐비’(Leqembi)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신약 개발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하버드 의과대학 신경학과 레이사 스펄링(Reisa Sperling) 교수는 “레켐비는 전 세계 유일한 치매 치료제이지만, 뇌출혈이나 약물로 인한 부작용으로 실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지속해왔다”면서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나타나기 전 유전자 추적을 통해 병을 예방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고 전했다. 

반면 APOE4 동형접합형은 알츠하이머의 위험 요소가 아닌 ‘원인’일 뿐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스펄링 교수는 “APEO4 동형접합체 자체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은 아니다”라며 “알츠하이머병 가족력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앞으로 연구자는 지금보다 구체적인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노화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ging) 엘리에제르 마슬리아(Eliezer Masliah) 박사 역시 “APOE4 동형접합체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단순한 위험 요인이 아닌 가족적 형태에 가깝다”며 “다른 연구에서는 APOE4를 표적으로 삼는 유전자 치료법이나 약물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참고했다. 그러면서 “APOE4가 주로 유럽계 백인을 대상으로 연구됐기 때문에 다양한 인구 집단에서 APOE4의 효과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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