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20 01:55 (월)
서울시, ‘경계성지능 한부모∙자녀 지원’ 나서∙∙∙실질 자립 위해 협력
서울시, ‘경계성지능 한부모∙자녀 지원’ 나서∙∙∙실질 자립 위해 협력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4.05.08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계선지능인, IQ 71~84∙∙∙정상인∙장애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경계선지능인, 정신건강 문제 있는 한부모 증가∙∙∙대책 마련 시급
서울시, 경계선지능힌 한부모 4만여 명 추정∙∙∙6월 중 지원 체계 시작 계획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최근 홀로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경계선지능인의 아이가 엄마와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화상을 입거나 다른 사람이 잠시 맡겨둔 개한테 얼굴을 물리는 등 안전이 위태로운 사고가 발생했다. 한 민간지원단체가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해당 아동의 안전을 위해 정부에 사례 관리를 의뢰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 

지능지수(IQ)가 71~84인 ‘경계선지능인’은 인지∙정서∙사회 적응 능력이 낮아 ‘느린학습자’ 또는 ‘저성취자’라고도 불린다. 일상생활에서 비장애인과 큰 차이는 없지만, 아동기에는 또래보다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성인기에는 구직이나 직업 활동 등에 어려움을 겪는 등 비장애인과 뚜렷하게 구분된다. IQ가 70 이하인 경우 법적으로 발달장애인으로 규정돼 국가로부터 법적 보호와 다양한 지원을 받지만, 경계선지능인은 정상인의 범주에도, 장애인의 범주에도 속하지 않아 사각지대에 멈춰 있다. 

앞선 사례처럼 경계선지능 한부모는 부주의 또는 판단 능력 미흡으로 일상생활만으로도 자녀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경계선지능인 또는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한부모가 늘어나는 데도 이들에 대한 현황 파악은커녕 대책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특별시는 ‘한부모가족의 날’을 맞아 ‘경계선지능 한부모∙자녀 지원 체계’를 가동한다고 8일 밝혔다. 그동안 각각 경계선지능인과 한부모가족에 대한 지원은 있었지만, 경계선지능인의 ‘자녀 양육’에 초점을 맞춘 것은 서울시가 최초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저출생이 심각한 상황에서 출산 장려를 넘어 태어난 아이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키우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면서 “혼자서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경계선지능 한부모는 사회의 배려와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사각지대로만 남아있던 경계선지능 한부모에 대한 지원을 새롭게 시작하면서도 우리 사회가 약자와 동행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나아가겠다”고 전했다. 

 

사진=서울관광공사
서울시청(사진=서울관광공사)

◇경계선지능 한부모, 양육자로서 충분한 역할 수행 목표 

현재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명확한 국가통계는 없다. 다만, IQ의 정규분포표에 따라 전체 인구의 약 13.5%가 경계선지능인으로 예측된다. 시에 따르면 시 내 한부모 가정은 총 28만 5,878가구로 이중 경계선지능 한부모는 4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시는 경계선지능 한부모가 양육자로서 충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전화∙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전용 상담창구’ ▲상담-검사지원-서비스연계-사례관리의 원스톱 맞춤 지원 통한 자녀의 안전한 양육 지원 ▲자녀의 발달지연 의심 시 전문기관 개입을 통한 아동의 균형성장 도모 등 개인의 상황과 특성에 맞춘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사전 준비절차를 거쳐 6월 중 시작할 계획이다. 

먼저 시는 경계선지능 한부모를 상시 발굴∙지원하기 위한 ‘전용 상담창구’를 운영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내 ‘통합지원단’을 신설하고 초기 상담부터 사례 관리까지 전문 인력을 추가 배치한다. 

또 경계선지능인으로 판정받은 한부모를 대상으로 사례관리위원회가 가구별 사정, 당사자의 양육 의지,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우선으로 해 가장 정합한 양육 환경 제공에 초점을 두고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자녀의 발달지연이 의심될 경우 서울아이발달지원센터 등 전문 기관을 통해 자녀의 균형 성장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밖에도 약자와의 동행에 관심이 있는 사회공헌기업 등과 협력해 다양한 지원자원을 확보하고 경계선지능인 적합 직무개발 및 채용연계 등 실질적인 자립을 위해서도 협력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지난 2월 2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경계선지능인지원법 제정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지난 2월 2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경계선지능인지원법 제정을 촉구했다

◇나라별 경계성지능인 관련 지원 현황  

한편 아직 경계선지능인의 생애주기별 특성과 복지 욕구를 반영해 전반적인 지원을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다만, 일부 국가는 교육이나 직업 활동 등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 

영국 공중보건국(PHE)은 경계선지능을 학습장애(Learning Disabilities)로 명명하고 가이드라인을 통해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경계선지능인을 지원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사회복지사 등 복지서비스 관련 현장전문가가 학습장애인을 발굴하고 이들의 복지서비스 수요에 적절히 응답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미국 정신질환 진단기준(DSM)에 따라 지적장애를 정의∙지원하지만, 경계선지능인은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개인의 역량과 생활 기술이 강조되면서 2017년부터 사회보장국(SSA)은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지원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당시 SSA는 경계선지능을 포함하는 신경발달장애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도입했고 다른 장애와 경계선지능으로 근로나 기초생활 등 어려움을 증명하면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일본은 교육 중심의 지원이 이뤄지는 곳 중 하나다. 문부과학성은 학습장애를 ‘기본적으로 전반적인 지적 발달이 뒤지지는 않지만, 듣기∙말하기∙읽기∙쓰기와 계산∙추론하기 중 특정한 학습 능력 습득과 현저한 어려움을 나타내는 다양한 상태’라고 정의한다. 이중 경계성지능인에 해당하는 학습장애인은 재학 중인 학교에서 편성한 교육과정을 기초로 특별교육과정을 편성해 지도받는다. 학습시간은 연간 10~280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독일은 직업활동을 중심으로 경계성지능인을 지원하고 있다. 돈보스코학교(Don Bosco-Beratungszentrum)는 경계선지능인, 자폐스펙트럼 등 가벼운 장애가 있는 16~25세의 청소년과 청년에게 개별화된 직업 교육 과정을 제공한다. 지역 내 상공회의소, 산림청 등 다양한 공공기관 및 민간사업장과 연계해 비장애인보다 1~2년 정도 느리게 교육한다. 이론보다는 실습 교육 위주로 장기간 반복훈련, 10명 이내의 소그룹 지도 등 내실 있는 교육이 가능하도록 했다.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원가족 부재 또는 관계 단절로 자녀와 단둘이 고립된 가정환경이라면 경계선지능 한부모의 고충은 아동의 안전과 직결된다”며 “가족과 주변의 도움 없이 자녀를 홀로 돌로는 한부모가 경계선지능인이라면 경제적 지원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경계선지능 한부모 지원은 아동학대 예방, 아동 균형성장, 아동 및 부모권리 보호 등 중요한 사회적 함의를 지닌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전반적인 지원을 규정한 법률 제정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