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치료제 국내 시장은 약 6,000억 원, 세계 시장은 약 33조 원으로 추산
핵심 증상을 개선하는 치료제 없어… 아스트로젠 등 국내 기업 개발 활발
[바이오타임즈]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이하 ASD) 환자가 증가하면서 해당 질환의 발병 원인 규명과 치료제 개발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타인과의 정서적 유대감이나 상호 관계가 어려운 뇌 신경 발달장애로, 성장 수준에 비해 언어나 비언어적 표현능력이 발달하지 못해 사회생활과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
여러 연구를 통해 뇌와 면역 시스템이 자폐 스펙트럼이나 우울증과 연관된 것으로 밝혀졌지만, 현재까지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법적으로 등록된 국내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환자는 2022년 기준 3만 7,603명으로 2018년 2만 6,703명과 비교해 70% 증가했다. 실제 환자는 등록 환자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역시 신생아 44명 중 1명꼴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태어날 만큼 상당히 많은 환자가 있다(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 관련 치료제 국내 시장은 약 6,000억 원, 세계 시장은 약 33조 원으로 추산한다.
자폐는 원인이 되는 유전자나 신경 이상이 다양하고 상호작용이 복잡해 정확한 발병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치료제도 없다. 또한, 약물치료는 장기화될 경우 부작용 가능성이 높고, ABA(응용행동분석) 기반 행동치료는 비용 부담이 크다.
특히, 소아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경우, 현재까지 핵심 증상을 개선시키는 치료제가 없는 실정으로 글로벌 제약기업과 바이오텍의 선행 파이프라인 개발이 모두 중단돼 미충족 수요가 높은 분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 중 자폐 스펙트럼 장애 치료제 개발 단계가 가장 앞선 곳은 아스트로젠이다.
아스트로젠은 소아 자폐 스펙트럼 장애 치료제 후보물질 ‘AST-001(개발명)’을 개발하고 있다. AST-001은 아동기에 나타나는 자폐성 발달장애를 개선하는 약물이다. 소아의 언어와 운동 등 행동 양상을 측정해 자폐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성 결여 문제를 완화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지난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진단받은 만 2~11세 어린이 151명을 대상으로 국내 임상 2상을 완료했고, 어린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 핵심 증상의 치료적 유의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회사는 올해 8월 국내 임상 3상에 돌입했고 현재 국내 11개 주요 대학병원에서 소아 170명을 대상으로 시험 중이다.
난치성 뇌발달 장애 치료제를 개발 중인 뉴로벤티는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자폐증 치료제 후보물질 ‘NV01-A02’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희귀의약품 지정(ODD)을 획득했다.
NV01-A02는 약물 재창출 전략에 의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발굴된 후보물질로서, ASD(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FXS(취약X증후군) 치료제로서 개발 중인 후보물질이다. NV01-A02는 다중 타깃에 작용해 사회적 상호 작용 조절을 담당하는 여러 신경 전달 물질들의 수용체에 동시적이고 선택적인 조절을 한다. 또한, 기존에 허가 사용된 약물로서 최적의 다중 신경 전달 물질 수용체 조절을 통해 의존성이 없고 중추신경계 부작용이 없어 임상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뉴로벤티는 현재 자폐 스펙트럼 장애 치료제의 국내 임상 2상 IND(임상시험계획) 신청을 준비 중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지놈앤컴퍼니의 자회사 사이오토 바이오사이언스(Scioto Biosciences, 이하 사이오토)는 뇌질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SB-121(개발코드명)’을 개발 중이다.
SB-121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적응증으로 하는 치료제로 건강한 산모의 모유 안에 있는 락토바실러스 루테리(Lactobacillus.reuteri) 균주에 회사의 독자 기술인 ABT 플랫폼(Activated Bacterial Therapeutics™)을 적용해 균주의 체내 안정성과 효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해 관련 호르몬인 옥시토신이나 세로토닌 분비를 늘려 치료한다는 원리다.
회사는 SB-121의 임상 1상을 마치고 안전성을 확인한 후,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엔케이맥스는 자회사 엔케이젠바이오텍의 자가 NK세포치료제(SNK01)가 멕시코 앙헬레스병원 임상연구심의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IRB) 승인을 받아 자폐증 환자를 치료한다.
해당 자폐증 환자는 14일(현지 시각) SNK01을 첫 투약 받았으며, 매달 SNK01 40억 개를 투여받을 예정이다. 또한 바이오마커 분석을 위한 채혈과 인지능력 테스트도 함께 시작됐다.
회사 측은 SNK01가 면역조절 기능을 통해 자가 반응성 T세포와 손상된 뉴런을 식별하고 제거할 수 있어 자폐증과 신경 및 행동 장애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의 원인을 유전자와 세포 단위에서 규명하고, 이들의 활동을 관찰하기 위한 초소형 칩 형태의 현미경을 새로 만들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자폐 치료에 효과가 있는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이다.
KIST 연구진은 SHANK3 유전자 등 ASD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의 이상이 신경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 작업을 했다. 또 신경장애 치료와 회복이 가능한 시기를 파악하기 위해 새끼 쥐에 적용할 수 있는 칩 크기의 초소형 렌즈리스 현미경도 개발했다. 일반 현미경은 크기가 커 새끼 쥐를 관찰하는데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영유아기에 자폐를 조기진단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다. 국내외 대학 및 기관들과 협력해 자폐 치료를 위한 신약 물질도 개발하고 있다.
엠디헬스케어는 마이크로바이옴이 분비하는 ‘세포외소포(Extracellular vesicle, EV)’에 초점을 두고 신약을 개발 중이다.
EV는 세포가 외부로 분비하는 지질 이중막 구조의 물질로, 세포 사이의 소통에서 핵심 매개체 역할을 한다. 세포보다 훨씬 더 작은 입자로 흡수력이 높으며, 세포 안에서부터 작용하는 기전을 통해 근본적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엠디헬스케어의 대표적인 파이프라인은 자폐 스펙트럼,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의 중추신경계질환(CNS)을 대상으로 하는 MDH-014로, 현재 자폐 스펙트럼을 적응증으로 하는 IND(임상시험계획)를 식약처에 제출해 보완 중이며, 내년 임상 1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이상행동 및 문제행동 디지털 치료제 개발’ 연구에 본격 착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약 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진행한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김붕년 교수팀은 그동안 축적해 온 행동치료 프로그램 개발 및 임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근거와 효과 중심의 디지털 치료제를 2024년 12월까지 개발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감각 이상 및 집착을 완화하는 XR 기반 신체활동 촉진 치료제, 시공간 통합 능력 및 실행 기능 향상하는 스마트토이 활용 치료제, 행동 억제력 결합 및 상동적 행동 집착 완화하는 모바일 게임 기반 인지행동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도 부모 매개 ABA 인지행동치료 훈련 앱, 치료자 주도 ABA 연계 디지털 치료 앱 등의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에는 SK텔레콤, 옴니CNS, 에코인사이트, 크리모, 돌봄드림, 이모티브, 에어패스, 동국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도 함께 참여한다.
국내 1세대 전자약 기업 리메드도 디지털 치료제 자회사 플레이투큐어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 디지털치료제(DTx) 개발에 착수했다.
플레이투큐어는 2019년 8월 전자약 전문 회사인 리메드에서 디지털 치료제 사업을 위해 분사한 국내 유일한 자폐 아동용 디지털 치료제 전문 회사다. 이 회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2년도 제1차 정보통신·방송 기술개발 사업에서 자폐 혼합형 디지털치료제 개발 사업의 2세부 과제인 ‘자폐증 환자의 의사소통 능력 향상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 개발’ 과제에 선정돼 디지털 치료제의 상업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