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HER2 표적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 지난해 10억 달러 이상 매출 올려
아스트라제네카, 길리어드,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사, ADC 개발에 수십억 달러 투자
레고켐바이오, 피노바이오 등 국내 기업들도 ADC 사업 적극적으로 전개
[바이오타임즈] 빅파마를 포함한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전 세계 ADC 시장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한 기업은 다이이찌 산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다이이찌 산쿄는 ADC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63억 달러(약 8조 2,845억 원)의 항암제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이이찌의 ADC 매출을 이끄는 품목은 아스트라제네카와 제휴해 출시한 엔허투(Enhertu)로, 지난해 10억 달러 이상 매출을 올리며 블록버스터로 등극했다.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는 최초의 HER2(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2) 표적 유방암 치료제로,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최초 승인을 받은 3세대 ADC 치료제이다.
엔허투는 작년 6월 ASCO에서 DESTINY-Breast03 중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캐싸일라(트라스투주맙엠탄신, T-DM1)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HR)을 72% 감소시킨다는 혁신적인 결과가 나왔다.
캐싸일라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에서 표준치료제로 표적치료제 허셉틴(트라스투주맙)에 세포독성항암제 DM1을 결합한 1세대 ADC이다.
엔허투는 2020년 일본 허가를 시작으로 2021년 유럽 및 호주로부터 시판 허가를 획득했고, 지난해 9월 국내 허가됐다. 국내에서는 기존 약으로 이전에 치료를 두 번 이상 받았던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과 위암 환자가 대상이며, 현재 급여 적용을 위한 절차를 거치는 중이다. 지난해 8월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HER2 표적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도 승인받았다. 이 외에도 임상시험이 계속되고 있어 엔허투의 적응증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이이찌 산쿄의 ADC 분야 매출은 엔허투 외에도 신약후보물질인 ‘다토포타맙’과 ‘파트리투맙’의 시장 진입도 매출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 개발 중인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은 삼중음성 유방암 임상 1상에서 치료제를 투약한 환자의 43%가 종양이 줄어드는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또한, HER3 표적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파트리투맙 데룩스테칸’과 아스트라제네카의 표적 폐암약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를 병용하는 임상 1상도 병행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 길리어드,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사, ADC 개발에 수십억 달러 투자
ADC는 암세포만을 표적으로 하는 특이성을 가진 항체에 강력한 살상 능력의 약물이 결합된 새로운 표적치료제로, 전통적인 화학요법에서 나타났던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과는 증대해 최적의 치료 옵션으로 평가한다. 기존 항체 항암제가 갖지 못한 신규 적응증으로의 확대가 가능한 것도 큰 장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ADC를 이용한 항암제 개발은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분야 중 하나로, 아스트라제네카, 길리어드,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사들은 수십억 달러를 ADC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화이자나 로슈 등의 기업들은 ADC를 다이이찌 산쿄보다 먼저 시장에 출시했으나, 그 어느 것도 엔허투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데이터는 2029년 글로벌 ADC 시장이 36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그중 다이이찌 산쿄가 2029년까지 ADC 시장을 주도해 1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시장에서 선두기업인 시젠(Seagen)과 로슈의 매출은 57억 달러와 35억 달러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29년 매출 상위 10위 기업 중에는 다이이찌 산쿄, 아스텔라스, 다케다 등 일본의 대표적인 제약사 3개사가 포함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ADC 치료제는 총 13개로 알려졌다.
2000년 화이자(Pfizer)의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 마일로탁(Mylotarg, 성분명 겜투주맙)이 ADC로는 처음 승인받았다. 이후 애드세트리스, 캐싸일라, 베스폰사, 루목시티, 엔허투, 폴리비, 패드세브, 트로델비, 진론타, 티브닥, 엘라히어 등이 승인을 획득한 바 있다.
특히 최근 승인 품목들은 미충족 수요가 높은 난소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고형암 중심으로 표적 항원 역시 다양하다. 새로운 치료 옵션 제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만큼 바이오제약업계의 ADC 연구개발도 활발하다.
ADC는 3세대 플랫폼 기술로 진화했다. 1, 2세대는 독성으로 인한 부작용과 치료 범위가 좁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새로운 ADC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ADC는 크게 암세포 표면에 있는 특정 표적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Antibody)와 세포를 죽이는 약물(Payload), 항체와 약물을 연결하는 링커(Linker)로 구성된다. 3세대 ADC는 항체-약물 결합 비율이 다양해 치료 효과가 낮고 심각한 부작용을 보였던 1세대, 표적 발현율이 낮았던 2세대의 단점을 보완해 한층 고도화된 기술력을 선보인다.
ADC는 종양학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고 있으며, 향후 더 많은 R&D 투자가 예상된다. 표적 이탈 독성 가능성, 약물 내성, 복잡하고 고비용의 제조공정 등의 어려움은 있으나, HER2 양성 유방암 이외에도 림프종 등 다양한 암종에 대해 약 200개의 임상이 진행되고 있고,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레고켐바이오, 피노바이오 등 국내 기업들도 ADC 사업 적극적으로 전개
국내 기업들도 기술이전과 도입, 공동개발, 제조 등을 통해 ADC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ADC 기업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12월 미국 제약사 암젠에 ADC 플랫폼 ‘콘쥬올’을 활용해 5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조건으로 최대 12억 4,750만 달러(약 1조 6,050억 원)에 기술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 중국의 포순제약에 ‘HER2-ADC’ 기술이전을 시작으로 이번 계약을 포함해 ADC 분야에서 총 12건의 기술이전·옵션 계약을 했고 누적 계약금액은 6조 5,0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최근 포순제약에 기술이전한 LCB14로 첫 임상 3상에 진입하기도 했다.
레고켐바이오의 ADC 기술은 항체와 약물을 특정 부위에만 결합할 수 있게 해 순도 높은 단일 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 혈중 안정적인 링커 기술로 부작용을 감소시킨 데다, 독자적인 신규 기전의 약물을 개발해 안전성과 암세포 살상 능력이 우수하다.
피노바이오는 캠토테신(Camptothecin) 계열의 새로운 페이로드(약물)와 링커에 기반한 ADC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셀트리온과 총 마일스톤 1조 5,0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롯데바이오로직스와 ADC 위탁개발(CDO) 파트너십을 도모하는 성과도 이뤄냈다. R&D 경쟁력과 기술사업화 실적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총 640억 원을 투자 유치했다.
이외에도 피노바이오는 미국 콘주게이트바이오(ConjugateBio)와 ADC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영국 압타머그룹, 프로엔테라퓨틱스 등 국내외 바이오텍 5개 사와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