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폭스로 전 세계에 심각한 결과 초래할 수도… 전문가들 강력한 대응 경고
아프리카 13개국서 1만 9,000여 건 이상 발생, 사망자도 500명 넘어…유럽·파카스탄·필리핀에도 확산
변이 바이러스, 독성 강해 중증 확율↑…이성간·어린이에도 감염
3세대 백신 접종으로 예방 가능
바바라 노르딕, ‘진네오스’ 생산량 확대 및 청소년 사용 추진/HK이노엔, 임상 1상 추진
[바이오타임즈] 바이러스성 질환인 엠폭스의 확산세가 심상찮다. 이번에는 더 위협적이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중증화율이 높아지는 형태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어린이에게도 감염될 수 있는 특성이 있다고 알려져 긴장감이 돌고 있다. 국내 유입 가능성도 있는 만큼, 변이 엠폭스 위험도 및 백신과 치료제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전 세계 위험해” 전문가 경고
엠폭스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전파 속도가 가속하면서 세계 보건 전문가들은 지금 확산을 막지 못하면 전 세계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올해 엠폭스 확진자는 아프리카 대륙 55개국 가운데 최소 16개국에서 1만 8,700건 이상이 발생했고 사망자도 500명 넘게 보고됐다.
영국 왕립연구소인 채텀 하우스의 글로벌 보건 프로그램 수석연구원인 에베레 오케레케 박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엠폭스 유행에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잠재적으로 새롭고 더 위험한 변종이 더 많이 확산할 수 있어 전 세계가 연대해 이번 사태를 진정시키지 않으면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인명 피해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엠폭스는 아프리카 대륙을 넘어 최근 스웨덴과 파키스탄, 필리핀 등에서도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공중 보건 당국은 신속하게 위험 경보 수준을 한층 높였다.
아프리카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아프리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세계보건기구(WHO)도 엠폭스에 대해 1년 3개월 만에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재선언했다.
PHEIC은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중 보건 경계 선언이다. WHO가 질병 억제를 위한 연구와 자금 지원, 국제적 보건 조치 등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엠폭스의 확산이 빠른 데다 발병국의 의료 역량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강도 높은 질병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따른 결정이다.
◇엠폭스 감염경로와 증상은?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동물과 사람, 사람과 사람, 감염된 환경과 사람 간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감염된 동물의 타액·혈액·대소변 등과의 직접적인 접촉, 유증상 감염 환자의 피부나 체액을 비롯해 오염된 물품(식기, 컵, 침구, 수건, 의복 등)에 의해 전파되며, 물과 음식 등도 잠재적인 감염 경로가 될 수 있다.
감염되면 발열, 오한, 림프절 부종, 피로, 근육통 및 요통, 두통, 호흡기 증상 등을 시작으로 1~3일 후 수포성 발진이 나타난다. 발진은 얼굴, 입, 손, 발, 가슴, 항문생식기 근처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대체로 반점부터 시작해 여러 단계로(반점→구진→수포(물집)→농포(고름)→가피(딱지))로 진행되며, 통증과 가려움증 동반하기도 한다.
엠폭스에 감염된 경우, 대부분 경미하게 증상이 나타나고 2~4주 후 완치가 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일부 엠폭스 환자에서 무증상 감염 사례가 있으나, 무증상 감염자의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에 대한 확실한 근거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다만, 고위험군(면역저하자, 소아, 임산부, 수유부, 기저질환자 등)에서 드물게 중증(출혈, 패혈증, 뇌염, 융합된 병변 등)으로 진행되거나, 합병증(이차 세균감염, 심한 위염, 설사, 탈수, 기관지폐렴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폐렴과 같은 합병증이나 뇌(뇌염) 또는 눈에 감염이 일어난 경우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엠폭스 변종 바이러스, 독성 강해져 이성 간·어린이에도 전파
변종 엠폭스는 지난 2022년 유행한 엠폭스보다 전파력과 치명률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의 발병은 116개국에서 10만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사망자 수도 200여 명에 달했다. 감염 환자의 대부분이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남성들 사이의 긴밀한 성 관계망 내에 머물러 행동 변화와 백신 접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확산세가 꺾였다.
이번에는 사태가 이전보다 더 심각하다. 2022년 발병 당시 0.2%였던 사망률이 현재는 약 3%에 이른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중증화율이 높아지는 형태로 변화한 탓이다.
바이러스는 숙주 없이는 무생물에 가깝지만, 숙주세포만 있으면 생물 흉내를 내며 진화한다. 특히 바이러스는 인간과 동물을 넘나드는 이종 간 전염 과정에서 변이를 거쳐 강력한 신종 바이러스로 진화한다.
현재 확산 중인 엠폭스 바이러스는 중증 확율이 높아지고 남성과 여성에게 균등하게 분포했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에게도 감염이 늘어날 수 있는 특성을 획득한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러스의 주된 유형으로는 현재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유행 중인 클레이드 I 계열과 2022년 유행했던 클레이드 II 계열이 있다.
이번에 유행을 주도하는 엠폭스는 지난해 말 새롭게 발견된 유형인 클레이드(하위계통) Ib다. 동성애자 간의 성 접촉이 주된 전파 경로였던 클레이드 II와 달리 클레이드 Ib는 주로 이성애자 간의 관계로 전염된다. 클레이드 I 계열은 일반적으로 더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고 사망률도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재유행 양상에 아프리카 대륙에 백신 접근성 높여야 주장
인수공통감염병은 매년 전 세계 20억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중보건 문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열악한 검진·치료 여건으로 대규모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 지속적인 공급망을 확보해 아프리카의 백신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엠폭스는 중앙아프리카 및 서부 아프리카의 농촌 열대우림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풍토병이었으나, 2022년 5월 이후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다수 국가에서 풍토병 지역과 연관성이 없는 감염 사례가 이례적으로 유행하여 환자가 증가하고 발생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저스티스 나우의 닉 디어든 이사는 "엠폭스는 수년간 소수 아프리카 국가에서 만연하는 풍토병이었지만, 이를 치료할 약이 있음에도 서방에 위협이 될 때까지 강력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약물과 치료 등에 있어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데 따른 발언이다.
WHO는 백신 제조업체의 긴급사용 목록 신청을 요청했다. 이는 글로벌 백신 동맹인 GAVI와 같은 국제단체가 저소득국가에 백신 배포에 필수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GAVI의 최고경영자인 사니아 니슈타르는 아프리카 엠폭스 발병 확산에 따라 피해 국가에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 최대 5억 달러를 지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염병 전문가는 "엠폭스 확산을 막기 위해 WHO를 비롯해 감염자가 발생한 국가의 보건 당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백신 공급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면서 "국제사회의 협력이 더해진다면 엠폭스 확산을 억제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치료제 개발사, 움직임 '분주'…개발 현황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3세대 두창 백신을 2회 접종하면 모든 종류의 엠폭스 바이러스 예방이 가능하다.
3세대 백신은 세포생물학적 방법을 적용해 기존 백신의 중증 이상 반응을 개선했다. 1·2세대 백신을 접종할 수 없었던 면역저하자 등에도 접종이 가능하며, 기존 백신에 비해 중화항체유도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엠폭스 확산 상황에 백신·치료제 개발기업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덴마크의 바이에른 노르딕은 1만 5,000회 분의 ‘진네오스’를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진네오스는 원숭이두창과 관련해 승인받은 유일한 백신으로, 확진자와 접촉 후 맞으면 증상 발현을 억제해 치료제형 백신으로 분류된다.
바바리안 노르딕은 진네오스의 생산량을 확대하고, 이를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사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최근 유럽의약품청(EMA)에 MVA-BN 백신 적응증을 12~17세 청소년으로 확대하는 것을 뒷받침하는 임상 데이터를 제출했다.
MVA-BN은 미국과 스위스, 캐나다, 유럽 및 영국 등에서 승인된 유일한 백신이다. 일본에서는 KM 바이올로직스의 ‘LC16’가 엠폭스 백신으로 허가를 받았으며, 미국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의 백신 ‘ACAM2000’는 현재 미국에서 승인 심사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약사 HK이노엔이 질병관리청과 엠폭스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앞서 천연두 백신(2세대)을 개발하고, 승인을 받은 바 있는 HK이노엔은 이를 엠폭스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을 추가하는 전략과 사람두창, 원숭이두창을 적응증으로 하는 3세대 백신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진행해왔다.
천연두 백신은 엠폭스를 85%까지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두 적응증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서를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한 상태다.
[바이오타임즈=김가람 기자] news@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