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올해 2개 AI 임상 결과 앞둬…AI 신약 확대 ‘기회’
AI 신약 개발, 중소 바이오벤처 → 대기업 중심으로 ‘변화’
[바이오타임즈] 최근 업계에서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플랫폼 서비스의 개발이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산업 성장을 빠르게 앞당길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AI 신약 개발에 대한 신뢰도가 다소 떨어졌지만, 대규모 활용은 올해를 기점으로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참고로 SaaS AI 플랫폼은 별도 소프트웨어의 설치 없이 클라우드 접속으로 언제든지 최신 버전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서비스는 직접 신약 물질 발굴 등에 사용할 AI를 구축하기 어려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다수로 사용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는 AI 신약 개발 기술력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표적으로 SK바이오팜과 CJ바이오사이언스가 AI 신약 개발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SaaS 플랫폼 수요 꾸준히 증가…신약 개발 기회↑
올해 미국에서는 AI 신약 개발의 판도를 가를 임상시험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지금까지 AI를 활용해 발굴한 물질의 임상시험 결과가 없었던 만큼, 실제 가치를 입증하는 것으로 업계의 이목을 끈다.
실제로 타깃 발굴에서 후보물질 도출까지 가능한 엔드투엔드(E2E) 생성형 AI를 개발하고, 임상1상 이상 단계에 진입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리커전, 인실리코 메디슨, 엑센시아, 베네볼런트, 뉴모라 등 10개 회사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올해 그 결과를 예상하는 임상은 모두 리커전(Recursion)의 약물이다. 리커전은 현재 5개의 AI 기반 신약 물질의 임상시험에 돌입한 상태로 올해 하반기 중 대뇌해면체기형치료제 ‘REC-994’와 신경섬유종증 치료제 ‘REC-2282’의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는 임상 진입 파이프라인으로 보면 AI 신약개발업체 중 최다 규모다. 사실 바이오 스타트업이 신약 개발 AI를 직접 만들려면 신약 상업화와 별도로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SaaS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 이에 리커전 외에도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개발한 많은 기업들이 SaaS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업계 전문가는 “AI 신약 개발로 상업화된 약물이 나오기까지 많은 기업이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면서 “SaaS 플랫폼을 통해 많은 기업의 AI 기술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상업적 가치를 입증 받는 신약 개발 기회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통제약사 이어 대형 바이오 기업, AI 신약 개발 사업 ‘진출’
최근 중소 바이오벤처가 주도해오던 AI 신약 개발 사업에 대기업들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비롯해 관련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구글,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기업이 AI 플랫폼을 통해 제약사들과 협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신약 개발 사업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고 빅테이터 기반 혁신을 주도하는 새로운 플레이어로 자리매김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서는 파로스아이바이오, 신테카바이오 등 AI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를 포함해 전통 제약사들의 시장 진입이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 대기업들도 AI 신약개발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는 추세다.
SK바이오팜(대표 리동훈)은 이달 신약 개발 인공지능(AI) 전문가를 영입했다. 해당 전문가를 필두로 종합 AI 로드맵을 구축하고 연구개발 디지털화를 시작할 계획이다. 또한 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앞서 SK바이오팜은 2018년부터 AI 기반 약물 설계 플랫폼 ‘허블’을 구축해 초기 연구개발에 활용해왔다. 최근엔 표적단백질분해기술(TPD), 방사성 의약품 치료제(RPT)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재 TPD, RPT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 버전 ‘허블 플러스’를 준비 중이다.
향후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서도 AI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 FDA 승인 경험을 바탕으로 뇌전증 환자 관련 통합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다. 단순 약물치료를 넘어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한 실시간 발작 감지·기록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 중인 것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대표 천종식)는 AI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신약 개발, 웰니스 사업에 접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향후 AI 전문가를 추가 영입해 사업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AI 플랫폼 ‘이지엠(Ez-Mx®)’을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신약후보 및 바이오마커(생체 지표) 발굴에 이지엠 플랫폼을 활용해 임상 성공률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이지엠 플랫폼이 활용된 신약으로는 폐암, 두경부암을 타깃하는 항암제 'CJRB-101'이 있다. 현재 키트루다와 병용요법으로 국내에서 임상 1·2상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이지엠 플랫폼을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 중장기적으로는 기술이전을 통해 플랫폼 사업화까지 구상 중이다.
한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신약 개발에는 평균 15년의 기간과 3조 원의 자금이 들어간다. AI를 활용하면 개발 기간을 7년으로 단축하고 비용도 6,000억 원 규모로 줄일 수 있다. AI 신약 개발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2년 6억 980만달러(약 8,000억원)에서 오는 2027년 40억350만 달러(약 5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 평균 성장률은 45.7%에 달한다.
[바이오타임즈=권연아 기자] news@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