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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이식으로 면역항암제 내성 극복” 서울아산병원 박숙련 교수팀, 대변이식 임상연구 결과 발표
“대변이식으로 면역항암제 내성 극복” 서울아산병원 박숙련 교수팀, 대변이식 임상연구 결과 발표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4.08.07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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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성 고형암 면역항암제 치료에 대변이식 임상적 효과 연구결과 공개
전이성 고형암 환자 13명 중 ‘부분관해’ 1명, ‘완전관해’ 5명 나타나
장내 미생물 구성 변화 비교∙분석∙∙∙치료효과 높이는 새 균주 최초 발견
“장내 미생물 연구 지속∙∙∙내성 극복 위한 새 치료법 개발 목표”

[바이오타임즈] 대변이식이 면역항암제 치료효과를 개선한다는 사실과 함께 유익균까지 규명됐다. 이를 이용한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될 가능성도 열렸다. ‘대변’이 ‘약’이 되는 시대가 다가온 셈이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박숙련 교수와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박한구 교수 연구팀은 7일 전이성 고형암 면역항암제 치료에 대변이식의 임상적 효과를 밝힌 연구결과를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고 전했다. 또 면역항암제 내성을 극복하고 대변이식 치료 효과를 높이는 유익균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박숙련 교수는 “면역항암제에 내성이 생기면 치료에 적용할 수 없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면역항암제 내성 극복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해 장내 미생물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수 교수는 “앞으로 장내 미생물 조합과 암 면역 반응 최적화 연구로 암 치료 결과를 향상할 수 있도록 유익균은 높이고 유해균은 낮추는 최적의 미생물 군집 연구 개발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지난달 25일 세계적인 생명과학 국제학술지 <셀 호스트 앤 마이크로브(Cell Host & Microbe)>에 게재됐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박순련 교수(사진=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박숙련 교수(사진=서울아산병원)

◇연구 내용은? 

대변이식은 주로 클로스트리듐 디피실 감염균증(CDI, 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을 치료하는 데 쓰였다. 지난 2012년 국제학술지 <네이처리뷰(Nature Reviews)>에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정제해 CDI 환자의 장에 넣었더니 증상이 사라지고 약 90% 완치됐다는 논문이 게재된 바 있다. 

대변이식의 핵심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즉, ‘장내 미생물’이다. 인체의 면역시스템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마이크로바이옴은 대장질환뿐만 아니라 비만, 당뇨, 치매,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질환과의 연관성이 밝혀졌다. 

지난해에는 악성흑색종 환자에게 대변이식을 통해 장내 미생물 구성을 변화시키면 다시 면역항암제 치료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그러나 간암∙위암∙식도암 등 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변이식 임상연구결과는 이번이 최초다. 

연구팀은 면역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암이 진행된 4기 전이성 고형암 환자 13명에게 면역항암제 치료를 실시했다. 최소 6개월 이상 면역항암제 치료환자 중 암이 완전관해 또는 부분관해 상태를 보이는 환자의 대변을 전이성 고형암 환자에게 이식했다. 

대변이식에 앞서 연구팀은 수혜자(전이성 고형암 환자)에게 경구 항생제를 투약해 장내 미생물을 제거했다. 이후 공여자(최소 6개월 이상 면역항암제 치료환자)의 대변에서 미생물만 분리해 대장내시경을 통해 이식했다. 면역항암제 치료 과정에서 6~8주마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로 암 상태를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전이성 간암 환자 1명에게서 ‘부분관해’가, 5명에게서는 암이 더는 진행되지 않는 ‘완전관해’가 나타났다. 즉, 절반가량의 환자가 대변이식을 통한 면역항암제 치료효과를 본 것이다. 

부분관해가 일어난 전이성 간암 환자의 경우 암 크기가 대변이식 후 48% 감소했다. 대변이식 전에는 간암 종양표지자 검사(AFP) 수치가 100만ng/ml 이상까지 증가했지만, 이식 후 3,000mg/ml 감소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다만, 전이성 간암 환자는 대변이식 후 면역항암제 치료에도 암이 계속 진행됐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치료효과가 다르게 나타난 이유를 알기 위해 다른 환자의 대변을 전이성 간암 환자에게 다시 이식하고 장내 미생물 구성 변화를 비교∙분석했다.  

8주 후 효과가 나타났는데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높이는 새로운 균주를 최초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균주를 ‘프레보텔라 메르대 이뮤노액티스’라고 명명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박테로이데스 플레비우스’ 균과 ‘락토바실루스 살리바리우스’ 균은 면역항암제 치료효과를 억제하는 유해균이라는 사실도 알아냈다고 전했다. 

박숙련 교수는 “이번에 새롭게 발견한 ‘프레보텔라 메르대 이뮤노액티스’와 사람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함께 배양한 결과, T세포에서 나오는 면역반응 물질인 ‘인터페론감마’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며 “종양 마우스 모델을 이용한 동물실험에서도 이 유익균과 면역항암제를 같이 적용했을 때 암 크기가 50% 이상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면역항암제 핵심은 ‘내성’ 극복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연구결과에 따라 내성을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 암 치료제의 탄생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약물의 반복 복용에 따라 약효가 떨어지는 ‘내성’(耐性)을 극복하는 것이다. 

1세대 ‘화학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에 이은 3세대 ‘면역항암제’는 환자의 면역력을 키워 암을 치료하는 치료제다. 부작용과 내성이 거의 없는 항암제로 주목받으며 표준항암치료법 중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암종의 약 20~30% 환자에게서만 면역항암제 치료효과가 나타난 점, 그중 대부분은 면역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암이 재발했다는 점 등으로 의학 및 연구계는 내성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연구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3세대 면역항암제부터 병용요법, 차세대 치료제 및 바이오마커 개발, 새로운 자원의 개발 및 약물 전달 시스템 개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항암제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면서도 “내성 등의 문제로 새로운 암 치료 패러다임은 끊임없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항암제 연구∙개발은 항암제 내성을 극복하는 암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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