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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글로벌 투자 열기...신약보다 디지털 헬스케어에 자금 쏠린다
돌아온 글로벌 투자 열기...신약보다 디지털 헬스케어에 자금 쏠린다
  • 권연아 기자
  • 승인 2024.08.0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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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에만 스타트업 266곳, 약 8조원 자금 ‘조달’
업계 전문가, “상반기 흐름 이어가면 지난해보다 좋을 것”
디지털 헬스케어 뛰어든 제약사와 PEF 중심으로 투자 열풍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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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타임즈]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투자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열기가 다소 사그라졌던 관련 투자가 상반기부터 국내외 제약사를 중심으로 활기를 되찾은 모양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가 지난 상반기 ‘회복세에 들었다’고 분석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상승’을 예고한 만큼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관련 업계는 하반기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활약도 점치고 있다.

실제로 미국 헬스케어 전문 투자사인 인텐덤 캐피탈 파트너스는 지난 5월 임상시험 시설 네트워크인 아담스 클리니컬에 투자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는 “인수·합병(M&A) 딜(deal) 증가도 기대해볼 만하다”며 “하반기에는 재정이 어려운 곳이라도 명확한 사업 모델과 성장세가 점쳐지는 곳 위주로 투자나 인수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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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케어 상반기 투자 ‘선방’…시장 기대감↑

지난 7월 미국 헬스케어 벤처펀드 록헬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투자가 266건 발생해 관련 스타트업이 총 57억 달러(약 7조 8,962억 원)를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온디맨드(소비자 수요에 따라 서비스 제공)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졌지만, 이번 상반기에는 투자 받은 곳의 3분의 1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업이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상반기와 같은 투자 흐름이 지속된다면 올해 자금 조달 규모와 건수가 지난해 총 규모를 웃돌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처럼 올해 상반기 들어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투자가 다시 회복세에 접어든 주요 요인으로는 국내외 제약사가 중심이 돼 관련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에서는 한독,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 굵직한 제약사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실제로 한독(대표 김영진, 백진기)은 디지털치료제(DTx) 기업 웰트(대표 강성지)가 최근 진행한 14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라운드에 참여했다. 웰트는 삼성전자에서 스핀오프(분사)한 기업으로, 불면증 DTx인 슬립큐가 주된 서비스다. 한독은 지난 2021년부터 웰트의 전략적 투자자(SI)로서 파트너십을 이어왔다.

이어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DNA 분석장비 기업 엘리먼트바이오사이언스(이하 엘리먼트) 시리즈D 라운드 참여했다. 엘리먼트는 이번 라운드에서 2억 7,700만 달러(약 3,837억 원)를 조달했다. 참고로 엘리먼트는 DNA 시퀀싱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DNA를 구성하는 염기 서열을 읽어 유전 변이와 특징을 확인한다. 삼성전자는 엘리먼트의 기술을 활용해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VC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아직은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보니 관련 포트폴리오사에 플랜 B를 세우거나 비용 절감을 요청하고 있다”면서도 “올해 상반기 나름 선방한 만큼, 하반기에 시장이 풀릴 거라는 기대감이 피어오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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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 디지털 헬스케어 투자 흐름 ‘이동’

바이오 투자 시장에서 헬스케어 및 의료기기 기업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올해 해당 기업들에 상반기에만 6,000억 원의 자금이 몰린 것이 이 사실을 방증한다. 해당 자금은 작년 한해 동안 헬스케어 섹터에 유입된 금액과 맞먹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국내 비상장 헬스케어 기업의 자금 조달을 ‘테마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총 72개의 기업이 20개의 키워드로 투자 시장의 문턱을 넘었다. 이들을 통해 헬스케어 섹터에 유입된 자금 총액은 5,993억 원이다. 이 가운데 메디테크, 즉 의료기기 업체나 초기 기업이라 명확한 모델을 확립하지 못한 곳들을 제외하고 헬스케어 기업으로 몰린 자금은 약 5,108억 원이다.

의료기기를 제외하고 헬스케어 섹터로 유입된 금액만 놓고 봐도 2024년 상반기 동안 전체 비상장 바이오·헬스케어 조달액(8,501억 원)의 60%를 넘어선다. 작년부터 헬스케어 기업들의 조달 성과가 신약개발 바이오텍을 웃돌았는데 올해 상반기엔 이 격차가 더 커졌다.

이어 조달 최상위(1~5위) 가운데, 동아쏘시오그룹과 일동제약그룹이 힘을 합치기로 한 아이디언스(250억 원, SI)만이 신약개발 기업이고 나머지는 모두 ‘헬스케어 기업’의 차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절 신약개발 기업이 항상 최상위를 차지해 왔는데, 불과 2년만에 시장 상황이 뒤바뀌었다.

해당 기간 헬스케어 기업의 조달 성과를 ‘키워드’로 살펴보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포인트가 보인다. 전방산업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수주(CMOㆍCDMO) 기반 기업 외에 대부분의 상위권 조달 기업들이 유연한 사업 모델을 확충하고 있단 점이다.

또한 CMO·CDMO 다음의 조달 성과를 낸 인공지능(AI) 기반 헬스케어 기업(582억 원)들은 분야를 특정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사업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단지 이들을 묶을 키워드가 AI일뿐 진단, 의료, 소셜케어 등 다양한 분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장기간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신약개발 기업의 사업모델에서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제기되면서 조금 더 유연한 형태의 사업 모델을 제시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 자금 흐름이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바이오타임즈=권연아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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