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수집한 데이터 기반으로 다양한 여성 건강 제품 출시 예정
검사∙제품∙원료 모든 영역에서 이용자 최적화 환경 구현 목표
[바이오타임즈]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 또는 게놈(Genome)을 합친 말로, 인체에서 사람과 공생 관계를 이루는 미생물 생태계다. 몸속의 우주로도 불린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해 인간의 질병과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또 유익균∙유해균이 생성되는 원리와 질병 간의 연관성 등을 분석할 수 있어 신약 개발과 불치병 치료제 개발 등에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원료, 식품 등 적용 가능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이런 폭넓은 활용 가능성 때문에 관련 시장은 연평균 13%씩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면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뷰니브랩은 여성 질 내 미생물 검사를 통해 맞춤 프로바이오틱스를 추천하는 ‘체킷’(cheKIT)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여성의 질 건강과 관련된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에서 소비자가 본인에게 적절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좋은 제품까지 직접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박지현 대표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성병 검사 키트’에서 ‘질 미생물 검사 키트’로 피봇팅
미생물 생태계는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미생물로 구성돼 있다. 하나의 예시로 장에는 수천억에서 많게는 수조 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사람마다 보유한 미생물의 종류도 다르다. 이에 어떤 미생물 구성이 건강하고 건강하지 않은지에 대한 기준은 여러 기업과 연구마다 조금씩 다른 상황이다.
이와 달리 여성의 질 미생물 환경은 4종의 락토바실러스균이 전체 미생물 총량의 50%를 넘어가는지에 따라 미생물 환경 타입을 5개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2가지 타입은 질염에 매우 취약한 미생물 환경을 갖고 있다. 2000년 초반부터 이와 관련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다 2011년 이후에는 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지현 대표는 학창 시절을 영국에서 보냈다. 영국에서는 지역에 따라 신청자에게 무료 성병(STD) 검사 키트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다. 이는 질 검체를 채취해 검사 기관으로 보내면 결과와 함께 약을 처방해주는 서비스다.
박 대표는 한국에 이와 같은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2019년부터 여성 성 건강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이후 2020년 뷰니브랩을 설립하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성병 검사 키트를 제작해 판매했다. 여기에 의료진 진료∙상담과 처방이 가능하도록 병원 연계 서비스와 약 배송을 연결하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적 비대면 의료 허용 정책으로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이 이뤄질 수 있었다. 박 대표는 이때 서비스를 진행한 결과, 양성 환자 중 성병에 해당하는 균은 5%도 채 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반면 질염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비율은 95%였다. 그는 제공 중인 서비스와 실제 이용자가 매칭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질 미생물 검사 및 프로바이오틱스 추천 서비스’로 사업의 방향성을 피봇팅했다.
◇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주체적인 질 건강 관리 방안 제시
박 대표는 “일반적으로 유해균에 의해 감염되는 질염의 경우 항생제를 사용해 유해균을 제거하는 치료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며 “하지만 항생제를 사용할 경우 질 내 유해균의 감염을 막는 유익균도 사멸하는 결과를 가져오며, 이는 질염이 재발하기 쉬운 원인이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항생제를 통한 질염 치료만큼 유익균이 유지될 수 있는 환경도 매우 중요하다”며 “실제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부분 역시 질 내 유익균이 잘 자리 잡을 수 있게 돕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체킷 서비스는 질 미생물 생태계 환경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추천한다. 항생제로 치료하는 일회성 해결책을 넘어 질 건강 악화를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고,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주체적인 질 건강 관리 방안을 제시한다.
이용자는 체킷 키트를 구매해 수령한 뒤 질 검체를 채취하고, 분당서울대병원과 함께 제작한 문진표를 작성하면 된다. 수거를 신청하면 다음날 검체를 수거하게 된다. 수거 1~2일이 지나면 검사 결과와 함께 추천 유산균을 확인할 수 있다. 체킷은 질 내 유산균 4종과 유해균 4종을 분석해 가려움, 분비물, 냄새 등의 원인을 알려준다. ‘플러스’ 제품은 STD 검사도 함께 진행 가능하다.
체킷 서비스는 2023년 3월 론칭 이후 2,200%의 성장률을 보이며 성장하고 있다. 매월 약 2만 명의 이용자가 방문 중이며, 약 1,000건의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추천 유산균을 구매해 한 달 이상 복용 중인 이용자는 전체 검사 서비스 이용자의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주 이용자는 25~35세 여성이다. 특히 시간을 내서 산부인과에 방문하기 어려운 직장인, 많은 유산균 제품 중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 잦은 질염으로 고통받는 사람 등으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박 대표는 “체킷을 통해 질 미생물 환경을 검사한 후 추천받은 유산균을 복용한 이용자 중 78%가 실제로 질 미생물 환경이 좋게 유지되거나 개선됐다”며 “실질 개선율 및 알고리즘 우수성을 인정받아 최근에는 1건의 특허를 등록했다”고 전했다.
뷰니브랩은 추후 다양한 서비스를 연달아 선보일 예정이다. 임산부를 위한 패드형 검사 키트, 무료 검사가 포함된 유산균 정기 배송 서비스, 개인의 고민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여성 청결제 등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재까지 체킷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성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제품들을 출시하고, 체킷을 플랫폼화해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을 올해 하반기 목표로 삼고 있다.
이와 더불어 유산균에 대한 연구∙개발(R&D)도 지속하고 있다. 뷰니브랩은 건강한 여성의 질에서 직접 좋은 유산균을 분리해 제품화하는 것까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검사, 제품, 원료의 영역에서 이용자 최적화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박 대표는 “누구나 쉽게 질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이에 맞는 제품으로 관리하고, 건강한 질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소비자에게 여러 경험을 전달함으로써 ‘단순 검사∙진단’을 넘어 ‘질 건강 맞춤 관리’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인식되고 싶다”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신서경 기자] ssk@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