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훈 원장, 이인숙 센터장, 이천근 회장 등 토론자 참석
한지아 의원,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중독 환자 치료∙회복 지원 필요”
[바이오타임즈] ‘중독 치료∙회복 어떻게 도와야 할까’를 주제로 열린 ‘제2차 중독치료∙재활 연속토론회’가 31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신영철 정신건강정책혁신위원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 이인숙 수원시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장, 이천근 한국중독재활시설협의체 회장, 신용원 소망을나누는사람들 목사, 민태원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수석부회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한지아 의원은 “중독을 범죄로만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우리 사회를 치유할 수 없다”며 “이제는 중독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노출될 수 있는 범죄이자 치료가 필요한 질병인 점을 인정해야 할 때”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번 토론회를 통해 중독 문제의 현실을 직시하고 중독 환자가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치료와 회복을 지원하는 따뜻한 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중독치료 위한 ‘컨트롤 타워’ 마련 중요
먼저 천영훈 원장과 이인숙 센터장은 중독치료와 관련한 현장 이야기를 전달했다. 과거 ‘마약 청정국’으로 불리던 대한민국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접근성을 갖춘 만큼, 불법 마약은 물론 합법적으로 처방된 약물 오∙남용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의료 접근성을 기반으로 탄탄한 행정력과 공동체 의식, 정보기술(IT)의 발달이 마약이 확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제대로 된 계획으로 마약류 확산을 막는다면 대한민국이 전 세계 마약 중독치료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천영훈 원장은 “마약류 범죄가 늘면서 정부가 대책을 세웠지만, 이는 사실상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격으로 아무 의미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며 “특히 ‘마약과의 전쟁’ 선포 후 부처마다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그 대책이 계속 겹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결국 예산 낭비와 함께 정책 효율성 저하 및 무력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며 “궁극적으로는 ‘컨트롤 타워를 어떻게 마련하는가’가 제일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마약류중독자치료보호제도’를 실시하며 마약류 중독자가 치료를 통해 정신적∙신체적 의존성을 극복하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마약류중독자 치료보호규정」에 따라 병원 등 의료기관을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해 판별검사 및 마약류 중독자 치료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마약류 중독자가 외래 및 입원 치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인천참사랑병원 비롯해 국립부곡정신병원, 대구대동병원, 서울시립은평병원 등 전국 31개 의료기관을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5곳이 채 안 되는 데다 사실상 참사랑병원과 대동병원 등 민간병원 두 곳만이 중독∙재활 치료의 대부분을 소화한다는 게 천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중독 치료 후 사회로 내보낸 다음, 이를 이어받을 연계 기관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며 “의료기관과 재활센터를 새로 짓거나 지정하는 등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게 아니라 기존 중독∙재활 치료센터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적극 돕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인숙 센터장은 완치보다는 회복에 중점을 둔 중독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인숙 센터장은 “중독사례 관리의 원칙은 포괄적∙지속적인 서비스에 연계성과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며 단계별 ‘중독사례 관리 개입’으로 ▲1단계, 격리와 금단증상의 치료 및 해독 ▲2단계, 단순한 수준의 교육 ▲3단계, 안전한 환경에서의 다양한 심리∙사회적 재활 프로그램 제공 ▲4단계, 직업 훈련과 사회 복귀 및 새로운 지지 체계 형성 등을 언급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중독이 재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다는 점이다.
이 센터장은 “중독 문제는 복합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데다 재발률도 높은 편”이라며 “그만큼 회복기간이 장기적이고 문제 해결 중심으로는 바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치료재활팀과 지역사회 회복 네트워크 조직으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제도적 뒷받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중독치료재활법」 제정으로 명칭만 남는 오류를 다시는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예방∙치료∙재활 통합∙관리하는 체계 필요
이천근 회장과 신용원 목사는 중독재활시설과 관련해 각자의 의견을 나눴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4대 중독 주요 지표에 따르면 ▲알코올 ▲마약 ▲인터넷 ▲도박 중독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은 연간 수천억 원에 이른다. 이중 최근 중독 폐해 현황을 보면 물질 및 행위 중독의 종류가 다양해지는 데 이어 중독을 경험하는 나이도 어려지고 있다. 여성∙청소년의 중독 위험성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천근 회장은 “인터넷 기반의 모바일 도박이나 값싼 마약류 가격 등에 따른 쉬운 접근성 등이 중독자 증가의 원인”이라며 “알코올∙마약∙도박에 한 번에 중독된 복합중독자도 느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을 언급하며 중독재활시설의 운영과 설치 근거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중독재활시설에 설치에 대한 근거가 정신건강복지법이 아닌 시행령 안에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관련 사업이 좌초될 위험이 있다”며 “우리 사회에 통합할 수 있는 법과 함께 예방∙치료∙재활을 통합∙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용원 목사는 중독으로부터의 회복이 단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 중독이 병으로 인식된 점 등을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신용원 목사는 “치료보호기관과 지역사회 재활 및 민간 자활 기관과 연계하는 치료벨트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형사법 사법 체계 안에서의 물리적인 강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신 목사는 마약류의 폐해로 ▲관계 단절 ▲가족 해체 ▲경제적인 파산 등을 꼽으며 ‘자활’(自活)에 중점을 둘 것을 당부했다.
한편 민태원 부회장은 ‘중독치료 지원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언했다. 민태원 부회장은 “중독 환자를 아동기나 청소년기 등 조기에 선별해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와 관련한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센터나 기관을 지정해 연구 결과를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