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전체 사망자 중 80%가량, 만성질환으로 사망
보건복지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시행∙∙∙내과계 질환 중심 한계 지적
“범정부 추진체계, 컨트롤타워 구축 등 만성질환 관련 제반 사업의 효과↑ 필요”
[바이오타임즈] 최근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만성질환과 그에 따른 합병증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와 함께 사회∙경제적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만성질환’이란, 6개월 혹은 1년 이상 증세가 지속되는 질환이다. 심장질환, 뇌졸중, 고혈압, 당뇨병, 암, 관절염, 비만, 호흡기질환 등이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꼽힌다. 참고로 세계보건기구(WHO)는 만성질환을 감염성 질환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비감염성질환’(NCD)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행한 ‘2022 만성질환과 이슈’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체 사망자 중 79.6%가 만성질환으로 사망한다. 2020년 기준 만성질환에 따른 진료비는 71조 원이다. 이는 전체 진료비 중 85%에 해당하는 수치다.
<바이오타임즈>는 제22대 국회에서 다뤄야 할 입법∙정책 현황을 알아보고 있다. 국민이 만성질환에서 벗어나 그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입법∙정책은 무엇일까.
◇韓 내과계 질환 중심 관리에 국한∙∙∙해외 현황은?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9년 일차의료 중심으로 지속∙포괄적인 만성질환 관리체계를 구축하고자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발표했고 현재 4차 개정안을 시행 중이다. 앞서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만성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과 「만성콩팥병 관리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현행 시범사업의 한계로 대상 범위가 고혈압, 당뇨병 등 내과계 질환 중심의 사후적 관리에 국한됐다는 점이 지적받고 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려면 이미 만성질환으로 진단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환자 등록, 건강관리 종합계획 수립, 환자 관리, 점검 및 평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일차의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만성질환 질환에 따른 다양한 해결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1998년 맥콜의료혁신연구소(MacColl Institute for Healthcare Innovation)가 만성질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개발한 ‘만성질환관리모델’(CCM)을 토대로 정치적 상황과 보건의료 맥락에 맞는 일차의료 개혁에 적용했다.
미국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센터(CMS)는 CCM을 2016년 「포괄적 일차의료 시범사업」(CPC)으로 진행했으며 이듬해 「포괄적 일차의료 시범사업 플러스 사업」(CPC+)으로 고도화했다. CPC+는 CCM의 미국형 모델인 환자중심메디컬홈(PCMH) 모델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외에도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수가제도도 변하고 있다.
영국은 일반의(GP)가 일차의료 제공의 중심 역할을 한다. 2004년 일차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성과기반 지불제도」(QOF)를 도입했다. 또 인두제(의료의 종류나 질과 관계없이 의사가 맡은 환자 수에 따라 진료비를 지급하는 제도, Capitation) 수가는 물론 예방관리, 만성질환관리 등의 질에 인센티브를 따로 제공해 재정적인 면에서도 의료제공자 행태의 질과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최근에는 1인 개원을 줄이고 규모가 커진 일반의 연합(GP Federation)이 그룹진료와 팀서비스를 장려하도록 했다.
독일은 유방암, 당뇨병, 관상동맥심장질환, 천식, 만성폐쇄성 폐질환, 심부전 등 내과계 질환을 대상으로 한 ‘만성질환관리프로그램’(DMP)을 도입했다. 여기에 우울증, 골다공증, 류머티즘 관절염, 요통 등을 추가해 다양한 범위의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있다.
이밖에도 호주와 캐나다는 각각 ‘일차의료 네트워크’(PHN)와 ‘지역건강통합네트워크’(LHINs)를 구성해 지역사회 기반의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만성질환 전반 아우르는 통합적 관리∙추진 체계 필요
한국에서는 보건복지부 주도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문제는 만성질환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적 관리∙추진 체계가 없다는 점이다.
현행 추진 체계는 암∙심뇌혈관질환 등 개별법이 제정된 질환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질병정책과’가, 그 외 만성질환 관련 정책 수립은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 건강정책과’가 담당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질병관리청은 물론 각 지자체도 관련 사업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법적 근거 역시 만성질환 관리를 포함한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수립은 「국민건강증진법」에서, 만성질환 예방∙관리를 위한 시책 수립∙시행은 「보건의료기본법」에서, 만성질환 관련 통계 사업은 「건강검진기본법」과 「보건의료기본법」에서 다룬다.
입법계는 영역 간 경계도 분명하지 않은 만큼, 만성질환 전반에 대한 통합적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현행 만성질환 관리 사업을 개선해 보다 폭넓은 질환을 예방∙관리할 수 있도록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의료수가 등 관련 제도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범정부적인 추진체계 또는 컨트롤타워 구축으로 만성질환 관련 제반 사업의 효과를 높여야 할 것”이라며 “입법적으로는 만성질환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예방∙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관련 법 체계 정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