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지애나, 미국 최초로 처방전 없이 임신중절약 소지 범죄로 규정∙∙∙10월 1일부터 시행
대선 앞둔 미국, 낙태 관련 처벌 ‘뜨거운 감자’로 주목
[바이오타임즈] 미국 루이지애나주가 낙태약 소지를 범죄로 규정했다.
미국 <블룸버그(Bloomberg)>는 25일(현지 시각) 제프 랜드리(Jeff Landry) 루이지애나(Louisiana) 주지사가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과 ‘미소프로스톨’(misoprostol) 등 임신중절약 2종을 위험물질로 규정하는 법안에 서명해 입법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제프 랜드리 주지사가 지난 24일 서명한 해당 법은 임신중절약 2종을 사용 제한이 필요한 위험물질 등급으로 분류해 환자가 접근하기 어렵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프 랜드리 주지사는 지난 24일 소셜미디어 엑스(X, 舊 트위터)를 통해 해당 법안이 주 상원회의에서 29대 7로 통과된 지 하루 만에 법안에 서명했다고 게재했다.
새로운 법안에 따라 루이지애나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등 임신중절약 2종을 중독 또는 남용 가능성이 있는 약물로 분류하며 낙태를 전면 금지했다. 이로써 루이지애나는 처방전 없이 소지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한 최초의 주가 됐다.
제프 랜드리 주지사는 “이 법안은 루이지애나 전역에 사는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산모가 낙태 유도 약물을 처방받도록 요구하고 이를 범죄화하는 것은 상식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법은 오는 10월 1일부터 시행된다.
◇낙태 관련 처벌, 美 정치계 ‘뜨거운 감자’
‘미페프리스톤’은 경구로 복용하는 인공 임신중절약으로 임신 초기 자궁 내막의 발달을 돕는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 작용을 차단해 자궁 내막을 파괴하고 태아가 자궁에서 떨어져 나가게 한다.
‘미소프로스톨’은 위∙십이지장궤양 치료,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로 인한 위∙십이지장염, 궤양의 예방∙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이지만, 산모에게 처방했을 때 선천성 기형 및 태아 사망 사례가 일부 연구를 통해 보고된 바 있다.
미국 비정부기구(NGO) 구트마허연구소(Guttmacher Institute)에 따르면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처방은 지난해 전체 낙태 방법 중 63%를 차지할 만큼, 미국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임신중절 방법 중 하나다.
그동안 낙태와 관련한 처벌 문제는 미국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특히 정치계에서는 낙태죄 처벌 여부를 두고 진보와 보수를 가를 만큼, 의견 차이가 분명하다.
앞서 미국연방대법원(SCOUT)은 지난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對 Wade) 판결로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했다. 당시 텍사스(Texas)에 사는 여성 제인 로(Jane Roe, 가명)는 성폭력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해지만, 낙태가 허가되지 않아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낙태할 권리가 포함되고 국가가 이에 간섭할 수 없다”고 판결했고 이후 50여 년간 여성의 낙태권이 보장됐다. 하지만 지난 2022년 연방대법원이 이 해당 판결을 뒤집으면서 수백만 명의 미국 여성이 임신중절로 인한 헌법상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게 됐다.
현재 미국은 주별로 다른 규정을 제정해 적용하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KIPA)에 따르면 미국 내 43개 주가 임신 기간 중 특정 시점 이후 여성의 생명이나 건강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임신중절을 금지하고 있다.
◇FDA, 2000년 임신중절약 2종 승인∙∙∙“안전성 입증”
일각에서는 루이지애나를 비롯해 공화당(Republican Party)이 집권한 주를 중심으로 낙태죄 적용 법안이 확대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임신중절약 2종을 위험물질로 규정한 법안에 서명한 제프 랜드리 주지사는 물론 낙태법을 엄격하게 시행 중인 미시시피(Mississippi), 조지아(Georgia), 앨라배마(Alabama), 텍사스(Texas) 등 주지사 역시 공화당 소속이다.
반면 산모의 건강상 이유로도 임신중절약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산부인과(Obstetrics & Gynecology) 연구계는 지난 2015년 연구를 통해 피임약과 수술로 인한 낙태가 출산보다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위험이 낮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임신중절을 위해 미페프리스톤을 복용한 산모 중 0.3%가, 임신 초기에 임신중절 수술을 한 산모 중에서는 0.16%가 심각한 합병증을 앓았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2014년 출산에 따른 심각한 합병증 위험을 1.4%로 추정한 바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년에 걸친 연구와 약물 사용을 통해 임신중절약이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했다. FDA는 2000년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함께 사용해 최대 10주 내에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약물로 승인했다.
루이지애나 중독의학협회(Society of Addictive Medicine)는 “임신중절약의 남용 가능성은 물론 통제 약물 목록에 있는 중독성 약물과의 공통점도 없다”고 지적했으며 원격의료를 위한 낙태 연합(Abortion Coalition for Telemedicine) 역시 “그동안 약을 복용한 여성을 처벌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낙태가 정치적으로 관심이 없는 데다 선거 전에 체면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낙태’는 오는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에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은 지난 4월 플로리다(Florida)에서 “「낙태금지법」은 임신 여부를 알기도 전에 생식 건강관리를 범죄로 만든다”고 주장하며 “의회가 「낙태금지법」을 통과시키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반면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폐기됐을 때 “가장 큰 생명의 승리”라며 환영했지만, 최근 “주마다 법이 다른 만큼, 해당 주의 주민들 의지에 달렸다”고 한 발짝 물러선 입장이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