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파 파마슈티컬스·메딘셀 월 1회 장기지속형 피하주사제 개발 순항……장기지속형 근육주사제서 발생했던 부작용도 없어
BMS, 연중 신약 허가 전망, 체중 증가 부작용 해소
CMG제약, 첫 ODF 개량신약 제형 변화로 복약순응도 높여…8월 FDA허가 전망
부광약품, 하반기 조현병 치료제 출시 앞둬
[바이오타임즈] 아직 조현병의 완전한 치료는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제약바이오기업의 노력이 이어지며 증상을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완화하는 치료법에 가속이 붙고 있다.
◇부정적 인식이 치료 소홀해… 조기 발견 및 치료·관리 등이 중요
조현병은 지리나 문화에 따른 차이나 국가 간 차이 없이 인구의 1% 정도의 유병률이 고르게 나타난다. 전 세계적으로 약 2,400만 명 이상이 앓고 있는 질병으로, 국내에서도 조현병 환자가 늘면서 조기 발견과 치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도 약 50만 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정작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경우는 20% 내외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과 더불어 스스로 병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병으로 불린 질환으로, 뇌 신경계의 이상으로 인해 사고, 지각, 인지, 감정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문제가 나타난다. 환각, 망상, 환영, 환청, 사회적 위축, 주의력 결핍 등의 증상이 특징이다. 특히 환청은 조현병의 핵심 증상으로, 환자의 이상행동과 예후를 악화하는 요소로 꼽힌다. 환청 증상이 심하면 중증의 조현병을 의심할 수 있다.
초기에 발견해 당뇨나 고압처럼 꾸준히 치료하면 별다른 문제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한 질병이지만, 방치할 경우 증상이 악화하며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하며 만성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관찰과 약물 치료가 핵심으로, 전문의의 판단이 있을 때까지 환자가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약의 용량을 줄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정신과 전문의는 “가족 또는 주변 사이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하거나 자연스러운 대화가 되지 않고, 환청에 반응해 혼잣말을 하는 등 의심 증상이 보이면 병의원을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도록 도와야 한다”면서 “조현병은 재발의 위험이 크고, 재발이 거듭될수록 증세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발병 후 되도록 빠른 시일 안에 치료를 시작해야 하고 꾸준히 치료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는 높인 신약 등장
기존 조현병 치료제의 한계로 지적돼 온 부작용을 극복하고 더불어 효과를 극대화한 차세대 조현병 치료제에 대한 임상 성과가 속속 성과를 거두면서 상용화 기대감을 높인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는 기존 조현병 치료제의 체중 증가 부작용을 보완한 새로운 계열의 신약 개발로 주목된다. 최근 '카엑스티(성분명 자노멜린)'가 임상 3상 장기 연장 연구에서 장기 효과 및 안전성을 입증했다.
카엑스티는 BMS가 최근 바이오벤처 카루나 테라퓨틱스(이하 카루나)를 인수하며 확보한 물질로, 복용한 환자들은 체중이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FDA에 신약허가를 신청했고, 올해 9월까지 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조현병 환자의 약 80%는 치료 첫 5년 동안 여러 차례 재발을 경험하는데 가장 흔한 원인은 경구용 항정신병 약물의 치료 순응도 때문이다.
조현병이 장기치료가 필요한 질병인 만큼, ‘장기지속형 주사제(LAI, Long-Acting Injection)'는 매일 복용해야 하는 경구제와 달리 한 번의 주사 치료로 효과가 1개월~6개월간 지속돼 조현병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높이고 재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팔리페리돈·아리피프라졸·리스페리돈·올란자핀 등의 성분으로 1개월에서 6개월까지 치료 효과가 지속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약물에는 주사 후 약물이 너무 빨리 혈액에 들어가 갑작스럽고 예기치 않은 섬망 또는 진정 증상이 나타나는 PDSS 위험에 대한 경고가 포함돼 사용에 위험이 따른다.
최근 PDSS 위험에서 안전한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개발되고 있어 관심이 모인다. 이스라엘 테바 파마슈티컬 인더스트리스의 미국 내 자회사인 테바 파마슈티컬스와 프랑스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전문 제약기업 메딘셀은 임상 3상 ‘SOLARIS 시험’의 효능 부문에서 확보된 결과를 지난 8일 공개했다.
회사에 따르면 올란자핀 성분의 월 1회 피하주사제로 개발 중인 TEV-'749는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 결과, 같은 성분의 근육주사제에서 발생했던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TEV-'749는 테바 파마슈티컬스와 메딘셀이 공동 개발 중인 제품으로 18~65세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1개월마다 1회 투여하는 피하주사제다. 2세대 항정신병제인 올란자핀에 약물 방출을 조절하는 메딘셀의 공중합체 기술인 ‘스테디테크’(SteadyTeq)를 적용해 장기지속형 제제로 개발 중이다.
SOLARIS 연구는 TEV-'749의 효능, 안전성, 내약성을 평가하기 위해 다국적, 다기관, 이중맹검, 위약대조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 8주 동안 성인 조현병 환자 675명을 1:1:1:1로 무작위 배정해 TEV-'749 저용량, 중간 용량, 고용량, 또는 위약을 한 달에 한 번 피하주사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TEV-'749는 치료 8주 후 기준선 대비 조현병 양성·음성 증후군 척도(PANSS)의 총점 변화로 측정한 1차 목표를 충족했다. PANSS 점수는 높을수록 증상 심각도가 더 높음을 나타낸다.
TEV-'749는 모든 용량의 치료군에 걸쳐 임상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PANSS 총점 감소를 달성했다. 세 가지 용량의 투여군에서 기준선 대비 PANSS 총점 변화의 평균 차이는 각 -9.71점, -11.27점, -9.71점이었다.
2차 목표로 설정된 전반적 임상 인상 척도-증상 중증도(CGI-S) 및 개인적‧사회적 행동평가(PSP) 총점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TEV-'749는 내약성이 좋았으며 현재까지 주사 후 섬망/진정 증후군(PDSS) 발생이 관찰되지 않았다. 안전성 데이터는 SOLARIS 연구의 장기 추적 결과를 통해 계속 수집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TEV-'749의 장기 안전성과 PDSS 발생률이 SOLARIS 공개 라벨 2기 연구를 통해 평가되고 있으며, 피하주사 방식의 장기지속형 제제 개발로 PDSS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전성 데이터 톱라인 결과는 올해 하반기 공개될 전망이다.
한편 테바와 메딘셀은 지난해 FDA로부터 조현병 환자 치료를 위한 리스페리돈 성분의 장기지속형 피하주사제 유제디를 승인받은 바 있다.
◇국내서도 조현병 치료제 출시 ‘속속’…치료제 개발 현황은?
현재 국내 조현병 치료제 시장은 2,400억 원대 규모로 추산되는 가운데 제약사들이 조현병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한국오츠카제약 ‘아빌리파이’와 얀센 ‘인베가’, 보령 ‘자이프렉사’ 등이 매출 선두권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CMG제약과 부광약품 등이 조현병 치료제 출시를 예고해 기대감을 높인다.
CMG제약은 구강용해필름(ODF) 제형의 ‘데핍조’(성분명 아리피프라졸)의 개량신약 허가를 8월까지 FDA에 신청할 예정으로, 새로운 조현병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데핍조는 CMG제약이 개발한 세계 최초 필름형 조현병 치료제다. CMG제약이 자체 개발한 ‘STAR(Smooth, Thin, Advanced Stability, Refreshing Taste) FILM®’ 기술을 적용해 필름 파손 및 변질을 최소화하고 휴대성 및 복용 편의성을 크게 개선했다.
정신질환 환자는 증상이 악화하면 약을 거부하거나 뱉는 경우가 많은데, 필름 제형의 경우 물 없이 복용이 가능하고 입안에서 쉽게 녹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결해 복약순응도를 높였다.
데핍조의 주성분인 아리피프라졸은 조현병이 주 적응증으로, 매년 15% 이상 성장해 왔다. 2022년 아리피프라졸의 용도특허가 만료되면서 양극성 장애, 주요 우울장애, 자폐 장애, 뚜렛 장애 등으로 적응증이 추가되고 경쟁 ODF 제품이 없어 시장 잠재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부광약품은 올해 하반기 조현병·양극성 우울증 치료제 '라투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일본 스미모토파마가 개발한 라투다는 조현병 및 제1형 양극성 우울증 치료제로 미국, 유럽연합 등 53개 국가에서 발매됐다.
부광약품은 2017년 4월부터 한국에서 독점적 라이선스 권한을 확보해 독점 개발 및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라이선스를 확보한 이후 국내 출시를 위해 국내 임상 3상을 마치고 지난해 10월 품목허가 및 보험급여 평가 연계 심사를 통과했다.
회사 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기존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의 부작용으로 꼽히는 체중 증가, 프로락틴 증가 등 대사계 이상 반응이 낮아 환자의 정상적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 아울러 약물 선택이 매우 제한적인 양극성 장애 우울증 환자에게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약가협상이 2달 정도 걸린다는 점에서 올해 8월에는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타임즈=김가람 기자] news@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