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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 무삭제라미네이트 찾는 사람에게
[칼럼]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 무삭제라미네이트 찾는 사람에게
  • 최진주 기자
  • 승인 2024.02.20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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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은영 미니쉬치과병원 원장
글=최은영 미니쉬치과병원 원장

[바이오타임즈] 라미네이트라는 단어를 들으면 40대 이상은 아마 치아를 송곳 같이 깎아서 시리고, 나중에는 뽑을 수도 있는 치과 과잉 치료의 대명사쯤으로 여길 것이다. 치과의사에게는 미간을 찌푸릴 만한 어느 치과가 떠오른다. 15년 전쯤 한국 사회를 경악하게 만든 소위 화OO치과 사태는 무분별한 치료로 치과업계의 불신을 키운 대표적인 사건으로 지금도 회자된다.

당시 급속교정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시술은 교과서에 나온 라미네이트 치료 범주에서도 한참 벗어났다. 부분 크라운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치아를 많이 삭제했고 의원성(Iatrogenic) 신경치료가 뒤따랐다. 과도한 치아 삭제로 인한 발생 가능한 부작용에 함구하고, 오직 앞니를 하얗고 가지런하게 하길 원했던 환자에게 평생 짊어져야 할 고통을 안겼다.

치아가 심하게 틀어지고 뻐드러져서 고른 치열을 만들려면 치아 위치를 이동시키는 교정 치료가 적합한 환자에게도 라미네이트를 밀어붙였다. 라미네이트만이 가지런하고 하얀 치아를 보장하는 듯한 설명으로 환자를 현혹한 것이 두고두고 논란이 됐다.

서울대 의학정보에 따르면 라미네이트는 미관상의 목적으로 앞니의 법랑질 표면만을 최소한 삭제하고, 하이브리드 복합 레진 접착제로 도재 기공물을 접착하는 시술이다. 특히 벌어진 앞니, 깨진 앞니, 왜소치, 삐뚤삐뚤한 앞니를 가지런하게 할 때 크라운 치료보다 치아 삭제량이 월등히 적은 보철치료다.

라미네이트는 이처럼 제대로만 하면 치아를 360도로 삭제하는 크라운보다 보존적인 치료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부작용과 절규, 연예인의 에피소드 등이 뒤범벅돼 미디어에서 흘러나왔다.

라미네이트 하지 말라는 유명 개그우먼의 호소 영상은 250만 뷰를 넘겼다. 예능프로 '나혼자 산다'에서 모 가수의 클로즈업된 치아는 법랑질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고 노란 상아질만 남아있었다. 시청자들은 장탄식을 했다.

요즘 환자들은 치아 삭제량에 아주 예민하다. 자연치아 평생 쓰기, 치아 살리기처럼 발치를 꺼리고 어떻게든 자연치아를 끝까지 지키려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다. 연예인들의 부작용 호소, 과도한 치아 삭제에 대한 공포 등으로 라미네이트를 섣불리 결정하기는 어려운 환자들을 파고든 키워드가 바로 무삭제라미네이트다.

무삭제라미네이트가 기존 라미네이트의 부정적인 인식을 단번에 세탁하는 데 일시적으로 성공한 듯 보인다. 성공한 것과는 별개로 남는 문제가 있다. 대중적으로 무삭제라미네이트를 치아 삭제 없이 앞니를 예쁘게 하는 방법으로 오인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바로 잡으려면 치아 건강을 위협하는 오해와 혼동이 생기지 않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본래 라미네이트는 튀어나오고 뻐드러지고 울퉁불퉁한 치아 표면을 삭제하고 해당 부위에 얇은 판을 붙이는 것인데, 수식어로 무삭제를 붙였으니 형용모순이다. 이를테면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느낌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무삭제라미네이트는 왜소치, 벌어진 치아, 들어간 치아(옥니) 등에 제한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한정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예뻐지기는커녕 크고 튀어나와 보일 거라는 걸 알아야 한다. 아무리 얇게 수복물을 만들어 붙이더라도 치아가 퉁퉁해 보이거나 얼굴에 비해 지나치게 크게 보인다. 또한 라미네이트와 잇몸 경계부가 지나치게 뚱뚱해져서 턱이 지는 오버컨투어 현상에 의해 잇몸이 눌리고 위생관리가 안 돼 잇몸에 염증이 생기고 심하면 잇몸이 내려가기도 한다.

정상 크기의 치아를 줄이거나 뻐드러진 치아를 넣고 싶은 경우 길이가 길거나 폭이 넓은 치아의 사이즈를 줄이고 싶은 경우인데도 무삭제라미네이트를 고려한다면 카페에서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하려고 카운터에 서 있는 격이다.

치아는 매일 단단하고 질긴 음식을 씹고, 뜨겁고 차가운 액체를 마시는 등 다양한 자극을 받는다. 표면은 당연히 자잘한 실금, 착색 등이 존재한다. 백번 양보한다 해도 손상되고 오염된 치아 표면을 정돈조차 하지 않고 붙인다는 무삭제라미네이트 광고는 넌센스다. 세수도 안하고 화장하면 화장품이 매끈하게 발리지 않을 것이다. 울퉁불퉁하고 오염된 치아에 세라믹 판을 붙이는 게 과연 치아를 보호하는 건지 생각해봐야 한다.

무삭제라미네이트가 마케팅적으로 성공한 용어라도 환자의 기대치가 비현실적인 경우에는 실현 가능한 범위와 적절한 치료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다. 정확한 정보 제공과 치료계획의 설명 없이 환자의 혼동을 일으키는 키워드에 편승한다면 제2의 화OO치과 사태를 키우는 것에 동조했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바이오타임즈=최진주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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