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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의 바이오人사이드] 오름테라퓨틱 이승주 대표, “글로벌 빅딜, 우리만의 조직 문화가 큰 몫 했죠.”
[최수진의 바이오人사이드] 오름테라퓨틱 이승주 대표, “글로벌 빅딜, 우리만의 조직 문화가 큰 몫 했죠.”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3.11.27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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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BMS에 1억 8,000만 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성공…계약금만 1억 달러 받아
세계 최초로 단백질 분해제(TPD)에 항체 약물 접합체(ADC)를 결합한 TPD² 기술 보유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 ORM-6151 기술이전
자율과 책임, 협업, 투명성 강조한 조직 문화 만들어…연공서열 없이 프로젝트 리더가 王
미국 진출에 성공하려면 회사에 대한 개념이 한국과 다르다는 것 이해해야
내년 초 기술특례상장 위한 기술성 평가 준비 중, 2024년 내 코스닥 상장 목표

모두들 바이오 업계가 어렵다고 한다. 투자받기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IPO 흥행도 옛말이 됐다. 바닥에 떨어진 신뢰로, 보는 눈이 곱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뚝심 있게 이 업계를 지켜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이오 인사이더’로 통하는 최수진 박사가 바이오에 진심인 사람들을 만나 허심탄회한 속내를 들어본다. 그들의 시행착오와 실패담, 극복 과정은 오늘도 고군분투 속에 바이오 업계를 이끌어 가는 후배나 동료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K-BIO에 희망을 걸어도 좋다는 시그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자 주)

오름테라퓨틱 이승주 대표
오름테라퓨틱 이승주 대표

[바이오타임즈] 유난히도 가혹하고 척박했던 2023년 바이오 스타트업계. 한 해를 서서히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지난 11월 6일 오름테라퓨틱(대표 이승주)이 글로벌 제약 기업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ristol Myers Squibb, BMS)에 총 1억 8,000만 달러(약 2,377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계약금만 1억 달러(약 1,300억 원)을 받는다.

오름테라퓨틱은 2016년에 설립된 비상장 바이오텍이다. 올해 6월 받은 브릿지 라운드까지 약 총 1,3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창업 후 막힘없는 투자 유치에 글로벌 기업에 기술이전 성공까지…이쯤 되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승승장구했을 것 같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회사를 접을 뻔한 큰 위기도 있었다.

세계 최초로 단백질 분해제(TPD)에 항체 약물 접합체(ADC)를 결합한 TPD²(Dual-precision Targeted Protein Degradation) 기술로 글로벌 기업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정작 이승주 대표는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켜켜이 쌓아온 오름테라퓨틱 만의 혁신적인 조직 문화가 이번 빅딜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즉, 하루아침에 이뤄진 건 아니라는 얘기다. 도대체 어떤 노하우가 있길래 오름테라퓨틱은 죽음의 계곡을 넘어 다시 비상했을까.

대전 본사와 미국 보스턴연구소를 오고 가는 바쁜 일정 속에 ‘혁신신약살롱 마곡’ 참가 후 대전으로 내려가는 길의 이승주 대표를 용산 로얄파크컨벤션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수진 박사
최수진 박사(한국공학대학교 교수)

[최수진] 우선 축하해요 대표님. 저도 너무너무 기뻐요. 이번 성과는 오름테라퓨틱 만의 경사가 아니라 한국 바이오 스타트업들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소식이라고 생각해요. 많이 기쁘시죠?[이승주] 무엇보다 계약금을 많이 받아서 좋습니다(웃음). 또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오름이 자체 개발한 ‘이중 정밀 표적 단백질 분해 접근법(TPD², Dual-Precision Targeted Protein Degradation)’의 기술 잠재력을 인정받았다는 것도 기분 좋고요. 이제 당분간은 돈 걱정 크게 안 하고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돼서 가장 기쁩니다.

[최수진] 계약금이 되게 커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기술이전 계약 조건이 어떻게 되나요?[이승주] 보통 기술이전이라고 하면 라이선스 아웃이 많은데, 저희는 특허를 양도한 케이스입니다. 저희도 라이선싱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되면 단계별로 마일스톤을 받는 구조로 가기 때문에 시간이 엄청 길어지잖아요. 그래서 계약금 외 잔금을 나눠 받는 걸로 했습니다.

[최수진] 특허를 양도했다는 것과 전용실시권을 준 것은 어떻게 다른가요?
[이승주] 기술이전이 특허를 쓸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게 있고, 양도하는 게 있는데 우리는 아예 양도한 것이죠. M&A를 생각하시면 이해하기가 쉬울 거예요. 보통 기업 인수합병 계약 시 초기에 돈을 받잖아요. 그리고 CVR의 형태로 마일스톤의 형태로 잔금을 받고요. Sanofi가 Genzyme을 인수한 경우가 그렇습니다.

[최수진] 이렇게 계약한 이유가 있어요?
[이승주] 요즘 투자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라이선싱보다 큰 금액은 아니어도, 당장 큰 현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업프론트 규모가 큰 이 방법이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수진] 이번에 기술이전 된 건 후보물질인가요, 아니면 플랫폼인가요.
[이승주] 급성골수성백혈병(Acute Myeloid Leukemia, AML) 치료제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 ORM-6151입니다. 오름이 자체 개발한 TPD²(Dual-Precision Targeted Protein Degradation) 플랫폼을 활용한 두 번째 후보물질인데요, 암세포 표면에 과발현된 ‘CD33’을 표적하는 항체와 ‘GSPT1’ 표적단백질분해제(TPD)를 결합했습니다.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입니다.

[최수진] 어느 단계에서 기술이전이 된 건가요?
[이승주]
미국에서 임상 1상 IND 승인받은 후 임상 들어가기 전이었습니다.

[최수진] 꽤 진전된 프로젝트였네요. 미국에서 IND 승인 받았으면 꽤 가능성이 있네요. 이 기술 개발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이승주]
저희가 2019년부터 새로운 ADC를 만들려고 했어요. 보통 ADC는 대부분 흑백 TV처럼 단순하게 붙이는 페이로드 타깃이 DNA와 튜뷸린(Tublin) 딱 2개 계열인데, 뭔가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찾은 게 TPD(Targeted Protein Degradation, 표적 단백질 분해제)였습니다. TPD를 붙이면 하나가 들어가도 여러 단백질을 분해할 수 있으니까 이거다 싶었죠. 그렇게 해서 개발한 기술이 단백질 분해제(TPD)를 ADC(Antibody Drug Conjugate) 형태로 항체에 결합한 TPD² 기술입니다.

[최수진] 세계 최초 기술인가요?
[이승주]
ADC에 TPD를 붙여 임상 들어간인 사례는 없었습니다. 논문이 나온 적은 있는데, 임상에 들어간 건 저희가 처음입니다.

[최수진] 퍼스트 인 클래스가 맞네요. 그럼 창업 당시 처음 기술에서 발전시킨 건가요?
[이승주]
오름테라퓨틱이 2016년에 창업했는데, 그때 처음 연구를 시작한 건 ADC 기술은 아니었습니다. 항체 플랫폼 기술을 갖고 회사를 만들었었죠. 그런데 경쟁 회사보다 효능이 잘 나오지 않아서 결국 첫 번째 프로젝트는 접게 됐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을 찾은 거죠.
 

오름테라퓨틱 보스턴 연구소(사진=오름테라퓨틱)
오름테라퓨틱 보스턴연구소(사진=오름테라퓨틱)

[최수진] 회사 창업 당시 이야기를 해봐야겠네요. 우선 LG생명과학(현 LG화학)을 거쳐 사노피 아시아연구소장으로 근무했는데, 그때 어떤 일들을 했었나요.
[이승주]
연세대학교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후 UC버클리에서 생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스탠퍼드대 화학과에서 2년간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했습니다. 지금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님이신 김용주 박사님이 그때 LG생명과학 연구소장님이셨는데, 채용할 사람을 찾으러 직접 캘리포니아 베이 지역에 오셨다가 저를 만나신 거죠. 그때 발탁돼서 신약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서 5년간 일하다가 사노피로 옮기게 됐어요. 신약 개발만 하고 싶었는데, 대기업은 다양한 부서를 옮겨가며 일해야 하니까 이직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최수진] 사노피에 가서는 어떠한 업무를 담당했어요?
[이승주]
처음에는 사노피 코리아 R&D담당으로 갔다가 사노피 아시아태평양 연구 담당 소장(Head of Research, AP R&D)이 됐어요. 총 6년간 일했습니다.

[최수진] 우리나라에 사노피 연구소가 있었어요?
[이승주]
 Virtual Biotech처럼 실험실은 없이 신약연구기획을 했었어요. 사노피 아시아연구소는 상하이, 도쿄, 대전에 있었고, 간암과 위암 등 아시아인에게 잦은 질환을 연구했습니다. 우리는 예산을 갖고 있고 Pathway와 신약 타깃을 선정해서 프로젝트를 정하면 그 물질을 만들 플랫폼이 있는 회사를 찾아 공동연구를 하거나, 용역을 주고 만들어 오게 했어요. 예를 들어 오토택신을 타깃으로 정하면 오토택신 저해제를 최적화 할 한국 바이오텍과 공동연구를 하는 식으로요. 만일 연구 결과가 좋으면 다른 사노피 연구소와 협업을 한다거나 혹은 라이선싱을 하는 거죠. 아니면 CRO를 써서 저희가 개발하기도 했고요.

[최수진] 그렇게 안정적인 회사에 있다가 창업은 왜 결심하게 됐나요?
[이승주]
LG생명과학이나 사노피 같은 큰 회사들은 장점이 되게 많은데, 제가 하고 싶었던 혁신적인 플랫폼 기술은 큰 기업이 아니라 모터보트처럼 작은 벤처에 담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콘셉트를 융합하기엔 대기업은 여러모로 제약이 많았고, 또 테슬라처럼 가장 잘 하는 한 가지 기술에만 고도의 집중된 인력과 자본이 응집되려면 벤처가 좋았죠. 그래서 몇 년간 눈여겨보던 아주대 김용성 교수님의 항체 기술을 기반으로 공동창업을 하게 됐어요. 기존 항체의약품과 합성의약품의 단점을 한꺼번에 해결할 기술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최수진] 이 기술 개발하는데 돈도 많이 썼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이승주]
우리가 개발하던 항체가 약효가 있긴 한데, 암젠이나 미라티에서 개발하던 것과 비교해 경쟁력이 없었어요. 투자받은 돈 중 100억 원을 쓰면서 검증에 검증을 거쳤죠. 투자자들에게 모든 과정을 솔직하게 얘기했고, 약효가 적으니 개량해 보겠다고 약속하고 시리즈 B투자를 받았어요. 그리고 동시에 미국 연구소 설립을 위해 고분분투했죠. 미국에서 유능한 사람도 뽑아 극복하고 싶었는데,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효과가 안나와서 프로젝트를 접기로 했고, 결국 투자자들에게 오픈했습니다. 

[최수진] 초기에 100억 원이면 진짜 큰돈인데, 그 돈을 날렸는데도 투자자들이 이승주 대표님을 굉장히 신뢰했다고 들었어요. 실패를 인정하고 솔직하게 오픈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그 위기가 오히려 투자자들의 마음을 산 계기가 됐나 봐요.
[이승주]
정말 너무 감사한 일이죠. 제가 원래 건망증이 심해서 거짓말을 못 해요. 지금도 회사 직원들한테 BD할 때 절대 거짓말하지 말라고 당부해요. 진실은 타이밍을 봐서 오픈하라고 하고요.

[최수진] 그때 이승주 대표님에 대해 진짜 팬이 생겼었어요. 실패를 오픈하는 게 쉽지 않은데, 투명하게 공개했다는 자체에 투자자들에게 더 신뢰를 줬을 수도 있어요. 우리나라 바이오 벤처 대표들은 회사의 실수나 실패를 오픈한 순간 망한다고 생각하는데 진짜 그렇지 않거든요. 진심은 통하게 돼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잘 됐을 때야 뭐 운도 따고 노력도 했겠지만, 처음부터 성공하는 사례는 없죠. 안 됐을 때 그 위기를 잘 극복해야 하고 저는 이때 진심의 힘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오름테라퓨틱 이승주 대표
오름테라퓨틱 이승주 대표는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켜켜이 쌓아온 오름테라퓨틱 만의 혁신적인 조직 문화가 이번 빅딜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최수진] 그럼 TPD² 개발은 바로 진행한 건가요?
[이승주]
첫 번째 프로젝트의 실패를 투자자들한테 오픈했을 때 그동안 진행해왔던 TPD² 데이터도 오픈했어요. 사실 첫 번째 프로젝트가 잘 안됐을 때 회사가 문 닫을 뻔한 큰 위기였었죠.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가 창업 4년 차, 미국 보스턴 연구소 오픈 2년 차였는데, 지금이 2023년이니까 3년 만에 기술이전이라는 성과를 거두게 됐네요.

[최수진] TPD에 ADC를 결합한다는 아이디어는 누가 냈나요? 2018년이면 TPD 보다는 프로탁으로 알려질 때인데….
[이승주] 
최초 아이디어는 제약사와 바이오텍 근무 경험이 많은 미국 보스턴연구소의 초창기 멤버, 피터박 최고기술책임자(CSO)와 연구팀이 냈습니다. 당시 미국 ADC 개발사 이뮤노젠(ImmunoGen)이 임상에 집중하느라 연구원들을 많이 내보냈을 때인데, 덕분에 저희가 이 인력들을 채용할 수 있었죠.

[최수진] 미국 회사들은 프로젝트로 움직이니까 해당 프로젝트가 끝나면 많이 내보내죠? 우리나라는 회사 구성원을 가족이라 생각해서 해고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이승주]
네. 미국의 조직 관리는 우리나라와는 다르죠. 미국 회사는 프로야구팀이라고 보시면 돼요. 해고도 쉽고, 안타 못 치면 방출되는 거죠. 대표도 쉽게 바꾸고, 프로젝트 리더도 자주 갈아치워요. 직원들도 3년 정도 일하고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요. 그래서 저희처럼 후발로 들어가는 회사들이 뽑을 사람이 많습니다.

[최수진] 그런데 보스턴연구소는 왜 만드셨나요? 해외 진출을 위해서인가요.
[이승주]
저의 외할아버지께서 제지사업을 하셨는데, 사업이 어려울 때 외국 기술자를 모셔와서 회사를 살린 경험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창업 2년 차인 2019년에 보스턴연구소를 만들었는데, 미국을 좋아해서 간 건 아니고, 인재가 있어서 갔습니다. 제가 만약에 자동차 회사를 만들었으면 그냥 현대차 출신들을 채용하면 되지, 굳이 외국에 안 가도 됐을 거예요. IT 회사였어도 국내에 글로벌 톱티어 회사들이 있으니, 그 회사 출신들을 뽑으면 되는 거고요. 그런데 우리가 하는 연구를 국내에서 트레이닝 받은 인재가 없었어요. 그래서 일단 외국으로 가자고 생각했고, 성공한 다른 회사들은 외국에서 어떻게 시작했나 봤죠. 삼성 같은 경우, 실리콘밸리에서 연구소를 만들어서 그쪽 기술자로 시작했더라고요. 오름테라퓨틱도 일단 한국, 미국 연구소를 같이 운영하면 시너지가 나서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경험 많은 연구원들로 구성된 미국 연구소에서 그림을 그리고, 완성하는 건 한국 사람들이 잘하니 한국연구소에서 맡으면 되겠다 싶었죠.

[최수진] 미국에서 보스턴으로 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승주]
일단 저희가 찾는 인재들이 어디가 제일 많은지 링크드인으로 찾아봤어요. 그래서 봤더니 베이 지역하고 보스턴이 제일 많았고, 그 다음이 샌디에이고, 뉴욕, 영국이 비슷하게 나오더군요. 그래서 2018년부터 혼자서 일주일씩 샌디에이고, 보스턴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인터뷰했어요. 미국에 먼저 가신 고종성 제노스코 대표님도 만나서 조언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보스턴으로 정하고, 채용 공고를 냈어요. 돌이켜 보면 샌프란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수진] 생소한 한국 스타트업에서 채용한다고 하니까 사람들 반응이 어땠어요?
[이승주] 
주변에서 제일 걱정한 부분은 이름 없는 한국 회사가 미국의 연구소를 만들면 좋은 사람이 오겠냐는 거예요. 그런데 또 재미있는 건 바로 옆에 글로벌 제약사가 있어도, 이 조그마한 벤처의 기술이 재밌어 보이면 그냥 여기로 와요. 미국은 문화 자체가 그래요. 그리고 인터뷰를 할 때 저와 채용되는 사람이 동등한 입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해요. 저는 우리 기술이나 제가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얘기해요. 특히 어렵고 힘든 부분을 솔직히 오픈하죠. 그랬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되도 위기를 함께 극복할 수 있고, 신뢰가 생겨 좋은 경력을 지닌 사람들을 계속 채용할 수 있었어요.

[최수진] 맞아요.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회사 인지도나 브랜드 상관없이 기술이나 문화를 보고 회사를 선택하잖아요. 그래서 오름테라퓨틱처럼 기술 수준이 높은 스타트업들도 좋은 인력을 뽑을 수 있는 환경이 장점이죠. 하지만, 한국 벤처가 미국 지사나 연구소를 관리하는 게 쉽지 않은데, 오름테라퓨틱 만의 운영 노하우가 따로 있습니까?
[이승주]
 제가 사노피에서 연구소장을 하면서 외국인들을 리드한 경험이 있으니까 인력 관리에 있어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던 것 같아요. 전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편입니다. 출퇴근 시간도 따로 정하지 않았습니다. 재택근무를 해도 상관없고요. 출장비 기준도 없습니다. 어른 대우를 해주는 거죠. 그래서인지 미국 직원들이 좋아합니다(웃음). 만족도도 높고요. 그 대신 투명성을 강조해요. 창업 때부터 업무협업 애플리케이션 슬랙(Slack)을 사용하고 있는데, 모든 걸 오픈합니다. 전 직원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부터 출장 경비까지 모든 걸 오픈하기 때문에 누구나 다 볼 수 있어요. 기밀 누출에 대한 위험도 있지만, 그보다는 얻는 게 더 많아서 이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진출에 성공하려면 회사에 대한 개념이 한국과는 다르다는 걸 좀 많이 이해해야 될 것 같아요.

오름테라퓨틱 보스턴 연구소(사진=오름테라퓨틱)
오름테라퓨틱 보스턴 연구소(사진=오름테라퓨틱)

[최수진] 일반적인 한국 기업과는 굉장히 다른 모습인데요, 회사 조직도 조금 다른가요?
[이승주]
한국과 미국 직원 합쳐서 총 30명입니다. 일반적인 회사는 군대처럼 피라미드 조직으로 이뤄졌는데. 저희는 점조직처럼 되어 있어요. 직책과 직급은 있지만, 프로젝트 리더가 왕이고 책임 권한이 분명합니다. 보통 시니어들이 프로젝트 리더를 맡습니다. 무엇이든 프로젝트별로 움직입니다. CEO가 못 건드리는 부분도 있어요. 이렇게 하는 이유는 피라미드 조직은 전쟁에는 맞지만, 창의적인 일을 할 때는 전혀 안 맞는다고 봐요. 이 구조라면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지 않고, 임원끼리 팀장끼리 모두 경쟁 구도로 가거든요. 이런데 에너지를 너무 쓰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효율적이죠. 저희는 무조건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협업 구조로 갑니다.

[최수진] 개인 간 경쟁을 하지 않는다면 보수는 어떤 기준에 의해 결정되는지요?
[이승주]
오름테라퓨틱은 개인 목표도, 팀 목표도 없이 오로지 프로젝트 목표들로 이루어진 전사 목표만 있습니다. 축구를 예로 들면 무조건 공을 넣어 이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전체 목표를 같이 달성하는 게 중요하죠. 그리고 나서 목표 달성에 누가 가장 기여를 많이 했느냐를 투표로 결정하죠. 평가는 위에서 아래로, 즉 임원이나 팀장급이 직원들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360도 평가로 진행됩니다. 쉽게 설명하면 저 포함 개인에게 200개의 풍선을 주고 기여도에 의해 풍선을 나눠주라고 하죠. 그럼 가장 풍선을 많이 받는 사람이 높은 인센티브를 받는 거죠. 저는 이게 수평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피라미드 구조에서는 사실 보스에만 잘 보이면 되잖아요.

[최수진]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했을 때 실제 성과로 나타나고 있습니까.
[이승주]
물론입니다. 서로 경쟁 상대라면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오픈하지 않고 꼭 감춰두잖아요. 저희는 회사 시스템에 좋은 아이디어가 올라오면 서로 지지해주고 서포트해줍니다. 내부 의사 결정을 통해 아이디어가 실제 과제화가 되면 모두 자기 일처럼 일해요. 누군가 아프고 휴가를 가도 인센티브가 같이 걸려 있으니까 협업이 잘 됩니다. 이게 성과로 이어지는 거죠.

[최수진] 그러니까 결국은 이 구조가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창출되고, 이노베이션이 계속 일어나는 선순환을 만드는 거네요. 대표님은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고요. 대표님은 어떤 리더오너가 되려고 노력하세요?
[이승주]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은 장자 도덕경 17장의 리더십입니다. 팀이 성과를 내고, 리더는 배경으로 빠져 있는 게 좋아요. 물론 그 분위기는 대표가 만들어 놓아야죠. 대표는 3가지만 잘하면 되는 것 같아요. 좋은 문화를 만들고, 돈 끌어오고, 좋은 사람 데려오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 같아요. 물론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이 있으면 내보내는 것도 중요하고요. 저는 직원들을 웬만하면 믿어줍니다. 그렇게 안 하면 뛰어난 사람이 여기서 일할 이유가 없습니다.
 

[최수진] 이번 BMS와의 계약도 이러한 회사 문화를 기반으로 한 직원들의 역량으로 이룬 성과라고 볼 수 있겠네요. BMS에 처음 접촉은 누가 했고, 진행을 주도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이승주]
어드바이저가 연결해줬어요. 어드바이저가 투자은행인데, 프로세스를 도와주기로 계약을 한 상태였죠. 그래서 오름에 관심을 가질 만한 여러 회사와 접촉했고, BMS에서 우리 데이터를 보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거래가 진행됐습니다. 저희 쪽에서는 사내변호사, 사업개발책임자, CFO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거래를 성사시켰는데, 연구원들, BD팀 할 것 없이 회사 전 직원들이 다 자기 일처럼 달려들어 힘을 보탰습니다. 첫 미팅한지 8개월 만에 딜이 성사됐습니다.

[최수진] 거래가 생각보다 꽤 빨리 성사됐네요. 글로벌 기업과 기술이전 계약이 1년 안에 이뤄진다는 게 대단한 일인데, 특별한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이승주]
무엇보다 패키지가 워낙 좋았어요. 실제로 딜(Deal)에 들어가면 되게 복잡하거든요. 외국 기업과 딜할 때 제일 중요한 건 타깃에 대한 정확한 논리이고, 그게 결국은 스토리텔링이죠. 우리 팀이 패키지를 참 잘 만들어요. 전 손도 안 댔습니다. 다만 패키지 만드는 사람들이 일을 잘하도록 환경을 만드는 데 신경 쓴 거죠.

[최수진] 이번에 BMS에 기술이전한 기술 말고도 또 어떤 기술이 있나요?
[이승주]
저희가 플랫폼이 여러 개 있어요. ▲세계 최초로 TPD를 ADC 형태로 항체에 결합한 TPD²(Dual-precision Targeted Protein Degradation) ▲세계 최초로 단백질 분해에 핵심 역할을 하는 E3 리가아제(Ligase)를 저해하는 물질을 항체에 결합한 ADC 기술인 TPS²(Dual-precision Targeted Protein Stabilization) ▲ TPD 등 다양한 분해제를 붙일 수 있는 링커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표적인 파이프라인은 TPD² 기술을 기반으로 선보인 ORM-5029와 ORM-6151로, 각각 유방암과 급성골수성백혈병(Acute Myeloid Leukemia, 이하 AML) 치료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기술수출된 후보물질이 바로 ORM-6151입니다.

[최수진] 올해 브릿지 투자까지 받아 곳간이 넉넉할 것 같은데, 너무 행복하겠어요. 이 돈으로 어떤 일부터 하고 싶으세요?
[이승주]
사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이 돈을 어떻게 하면 알뜰하게 잘 쓸 수 있을지 결정하는 게 문제입니다. 회사에 돈이 많으면 유혹도 많이 받잖아요. 다시는 회사의 위기가 오지 않도록 자금 운용을 단단하게 잘해서 점프업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큰 미션이죠. 우선은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싶어요. 그동안 돈을 아끼느라 연구개발을 많이 못했거든요. 회사 규모에 비해 직원도 많지 않습니다. 모두들 멀티 플레이어에요. 회사 홈페이지도 내부에서 다 만들 정도로 돈을 아꼈죠. 지금도 저희가 돈이 많은 것 같지만, 있는 아이디어를 다 시도해보려면 돈이 모자랍니다(웃음). 그만큼 아이디어들이 넘쳐 나요.

[최수진] 우리나라 바이오 업계가 계속 힘들잖아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두 나라 바이오 기업의 환경 중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이승주]
제가 봤을 때 한국 바이오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물류 같아요. 인도도 같은 상황이고요. 미국은 연구용 시약을 주문하면 바로 다음 날 오는데, 우리는 영세한 민간 직구 형태라서 한달씩 걸리니까 스피드 경쟁 자체가 안되죠.

[최수진] 미국 벤처들은 요즘 어때요?
[이승주]
미국도 안 좋아요. 투자 환경도 그렇고요. 그래도 미국은 혁신 신약만 투자하는 투자사들이 많습니다. 그 회사들은 의료기기나 진단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고, 오직 혁신 신약만 투자하기 때문에 옥석 가리기가 돼요. 그래서 요즘처럼 어려운 환경이라도 기술이 좋은 혁신 신약벤처들은 투자를 받죠.

[최수진] 그런데 한국에서는 혁신 신약만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사가 없잖아요. 그래서 좋은 기술이 있는 바이오 벤처들도 투자가 막히다 보니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까지 가고 있어요. 이러니 글로벌로 갈 수 있는 혁신 신약을 만들려면 이런 환경에서는 많이 어렵겠죠?
[이승주]
그래도 저는 우리 생태계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자기 나라에서 투자받아서 미국에 연구소를 세울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나 중국, 영국 정도밖에 없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코스닥이라는 회수 시장도 있고, 벤처캐피탈 생태계도 활발하니까 환경이 어려워도 살길을 찾으면 있지 않을까요. 오름테라퓨틱도 만약 일본 회사였다면 펀딩도 어렵고, 아마 이 정도까지 오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왼쪽부터) 오름테라퓨틱 이승주 대표, 최수진 박사
(왼쪽부터) 오름테라퓨틱 이승주 대표, 최수진 박사

[최수진] 코스닥 상장도 해야죠? 제 생각에는 임상 단계에 있는 후보물질 하나 정도만 더 기술이전이나 성과를 보여주면 상장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승주]
내년 초에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받으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미 예비 기평을 통해서 평가받은 상태입니다. 상장 준비는 정인태 CFO(최고재무책임자)가 맡아서 하고 있고요. 내년 안으로 상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최수진] 올해 많은 것들을 이뤘는데, 축하 파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웃음). 내년에는 어떤 목표를을 이루고 싶으세요.
[이승주]
파티까지 할 분위기는 아니고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일단 연구개발에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새로운 신약 후보를 개발 중인데, 내년 하반기에는 국제 학회에서 중간결과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코스닥 상장도 순조롭게 마무리해야 하고요. 또 다른 파이프라인의 기술이전 가능성을 물어보시기도 하는데, 미래를 예측하는 건 참 어렵습니다. 나중에 제가 과거형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제는 진짜 달릴 일만 남았죠.

[최수진]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요, 머리는 왜 항상 짧게 깎고 다니세요?
[이승주]
머리에 신경 쓰는 게 싫어서요. 20대 때도 여러 번 밀어봤어요. 머리를 길러도 보고 밀어도 봤는데, 머리가 길면 너무 신경 쓸 게 많아져서요. 라면 먹을 때 귀찮기도 하고요(웃음).

[최수진] 항상 겸손한 자세로 진심으로 업에 임하는 이승주 대표님을 응원하고 앞으로도 좋은 성과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최수진 박사는? ■

국내 최초로 코엔자임 Q10을 개발한 인물로, 대웅제약 연구소장을 거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바이오PD,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 신산업MD, OCI 부사장,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 대표를 맡았으며, 현재는 한국공학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30년 가까이 제약업계는 물론 정부 기관에서 활약하며 신약 개발을 비롯해 바이오 기술개발 관련 전략 수립과 투자관리, 정책 수립 등을 두루 섭렵해온 그가 바이오타임즈의 [최수진의 바이오人사이드]에서 진정성 있는 바이오人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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